"韓 '그린투자'로 8년내 일자리 86만개 창출 가능" 美기관 전망

중앙일보

입력 2022.03.17 08:00

업데이트 2022.04.04 14:53

인천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연합뉴스

인천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연합뉴스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 에너지 위주로 전환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net-zero)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 8년 뒤까지 최대 86만개의 국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미국 매사추세츠대 정치경제연구소(PERI) 연구팀은 한국의 탈(脫)탄소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PERI는 세계적인 경제정책 연구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전까지 국내 탄소중립과 고용의 연관성을 세부 부문별로 따져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전남 영광군 국가풍력실증센터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기. 연합뉴스

전남 영광군 국가풍력실증센터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기. 연합뉴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춘 청정에너지 투자를 지속할 경우 2050년까지 최대 20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2022~2030년은 81만~86만개, 2031~2050년엔 90만~120만개다. 이는 국내 전체 경제활동 인구(2840만명)의 3~4%에 해당한다. 다만 연구팀은 매년 85조원 가량의 재생 에너지 투자, 조림 사업(나무 심기)과 화석연료 수입 감축 등을 일자리 창출의 전제로 삼았다.

청정에너지 일자리, 급여도 평균보다 높을것

최대 고용 창출 산업으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부문이 꼽혔다. 2030년까지 최대 61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력망 업그레이드, 친환경차 제조 등이 포함된 '에너지 효율 제고' 부문에서도 같은 기간 18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빠른 에너지 전환이 중장기는 물론 단기적으로도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새로 늘어날 일자리의 '질'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PERI 연구팀이 2019년 지역고용조사(통계청) 기준으로 급여를 환산했더니 에너지 효율·재생 에너지 부문 11개 직종 중 9개의 연봉이 3690만~4360만원으로 나왔다. 국내 전체 노동자 평균(321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빌딩 에너지 효율 제고(3250만원), 바이오에너지(3110만원)만 전체 산업 평균과 비슷하거나 적었다.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들. 연합뉴스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들. 연합뉴스

화석연료·내연기관차 산업은 일자리 감소

반면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면 화석연료와 원자력, 내연기관차 산업은 힘을 잃게 된다. 주유소 종사자, 자동차 제조 근로자 등의 일자리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2~2030년 이들 분야에서 자발적 은퇴자를 제외하고 연간 86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탈 탄소 속도가 빨라지는 2031~2035년엔 연간 1만4500개까지 줄어들 거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 폭은 청정에너지 중심의 고용 창출 예상치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2035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금지 기한이다. 그 직전 5년 동안 자동차 부문에서만 연 1만15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ERI의 로버트 폴린 교수는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를 위한 적극적인 전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재교육·재배치 지원 등으로 대체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가 기존 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타격받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청정 에너지 분야 일자리 급여 수준과 여성 근로자 비율. 자료 PERI

청정 에너지 분야 일자리 급여 수준과 여성 근로자 비율. 자료 PERI

'여성 근로자 확대'가 향후 주요 과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新)고용의 과제는 '성비 불균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산업 전체의 여성 근로자 비율(2019년 기준)은 43% 수준이다. 하지만 빌딩 에너지 효율 제고 분야의 여성 비율은 8%에 불과하다. 풍력(20.1%), 태양광(21.5%)도 전체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청정에너지 확대가 자칫 남성 등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새로 창출될 일자리가 전적으로 남성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 향후 여성도 해당 직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이른바 정의로운 노동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PERI 연구팀은 일자리 확대 효과를 최대한 거두려면 녹색 경제 전환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위한 재원은 2022~2030년 78조원, 2031~2050년 44조원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필요한 재원 중 18%(13조9000억원)는 공공 투자, 82%(64조1000억원)는 민간 투자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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