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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日에 내줄수 있나" 지한파 우크라 의원 가슴울린 비유

중앙일보

입력

안드레이 니콜라옌코(43)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왓츠앱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안드레이 니콜라옌코(43)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왓츠앱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금도 키이우랑 하르키우는 어려워요. 러시아하고 많이 많이 싸우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인 안드레이 니콜라옌코(43)의 얼굴은 잔뜩 굳어졌다. 그는 기자와의 왓츠앱 영상통화로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했다. 수도 키이우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매일 포성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키이우엔 오늘도 10개가 넘는 러시아군 미사일이 시내 곳곳에 떨어졌다”고 안드레이 의원은 말했다. 한 아파트는 미사일 세례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의회에서 전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법안을 논의하고 지금 막 사무실에 돌아오는 길”이라며 “매일 밤낮없이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미사일 떨어지는 수도 키이우

지난 15일. 키이우 곳곳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 안드레이 니콜라옌코 제공

지난 15일. 키이우 곳곳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 안드레이 니콜라옌코 제공

안드레이 의원은 러시아 언론이 전하는 뉴스엔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한국의 기자가 그의 지인을 통해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흔쾌히 응한 이유다. 18년 전 재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4년간 영사로 일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 인사들과 교류해왔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가 침공하자 한국의 지인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대사관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안드레이 의원은 키이우를 지켜낸 원동력으로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의 경험을 꼽았다. 앞서 개전 초기엔 러시아군의 진격이 이어지면서 수도가 곧 함락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접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곳에선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부인했지만, 전쟁에 러시아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안드레이 의원은 “돈바스 전쟁에서 도시를 지키고 마우리폴 등에서 친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인 경험이 현재 키이우 방어에 유용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방방위 조직에 방탄복 지급

지난 15일. 키이우 곳곳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 안드레이 니콜라옌코 제공

지난 15일. 키이우 곳곳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 안드레이 니콜라옌코 제공

안드레이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있는 ‘지방방위 조직’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으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에게 방탄복, 헬멧 등 보호장구와 의료품을 공급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사회지도층 일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키로보흐라드 주지사인 안드레이 나자렌코는 전쟁이 시작되자 방탄복을 입고 전장에 나섰다고 한다. 의회는 우크라이나군이 정보 작전을 펼 수 있게 쿼드콥터와 전투기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안드레이 의원은 전했다.

“제주도를 중국이나 일본에 내줄 수 있나”

안드레이 의원은 “평화를 바란다”면서도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받아들이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길 요구한다”며 “중국이나 일본이 제주도를 점령한 뒤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한국인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듯이 우크라이나인도 절대 러시아의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한국어로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호소문이었다. “첫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사람으로서 모든 한국분에게 촉구한다. 우리의 특별 기금에 힘을 보태주시면 인도적 지원에 사용될 재정 자원을 축적하고 러시아군의 공격에 영향받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울 수 있다.”

안드레이 의원은 “설령 젤린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푸틴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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