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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독일·아일랜드에 110조원 투자…유럽에 ‘반도체 제국’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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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170억 유로를 들여 짓는 반도체 공장의 조감도. [사진 인텔]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170억 유로를 들여 짓는 반도체 공장의 조감도. [사진 인텔]

인텔이 유럽에 향후 10년간 800억 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한다. 지난해 미국 400억 달러(약 49조7000억원) 투자 발표에 이어 유럽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편중’ 현상을 견제하면서 미국·유럽에 걸친 ‘반도체 제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15일(현지시간) 온라인 행사를 열고 EU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선언한 EU 투자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날 인텔은 330억 유로(약 45조원) 규모의 1단계 투자를 포함, 향후 10년간 80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유럽 전역에 제조와 연구개발(R&D), 후공정 시설 등을 세울 방침이다. 먼저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170억 유로(약 23조3000억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다. 내년에 착공해 2027년 생산이 목표다. 이 계획은 현재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또 아일랜드 북동부에 있는 반도체 생산 규모를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증설에 120억 유로(약 16조4000억원)를 투입한다. 프랑스 파리 인근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이탈리아엔 45억 유로(약 6조1200억원)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세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엔 슈퍼컴퓨팅센터를, 폴란드에는 반도체 R&D센터를 각각 건립할 계획이다.

인텔의 투자 계획은 유럽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텔이 독일 신규 공장을 ‘실리콘 나들목(Silicon Junction)’으로 명명한 데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칩을 제조하는 독일 공장을 ‘허브’로 유럽 전역에 인텔만의 반도체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EU의 뜻과도 맞아떨어진다. 앞서 EU는 약 430억 유로(약 59조원)의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현재 9% 수준이 EU 회원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의 투자는 스페인에서 폴란드까지 EU 전체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더 조화롭고 탄력 있는 공급사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삼성전자와 TSMC 주도로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힘의 균형’을 깨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인프라의 약 80%가 아시아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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