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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미 의회 연설 “우크라, 매일 9·11…전투기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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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9·11 같은 테러 상황을 우크라이나는 날마다, 밤마다 겪고 있다. 부디 우크라이나 하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화상 연설을 했다. 그는 “만약 이게(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안 된다면 대안으로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등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2001년 9·11 테러를 언급하며 “우리는 여러분의 도움을 지금 당장 필요로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주주의와 자유, 독립 등 인류의 가치를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격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에 대해 이미 “본격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부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서방의 무력 분쟁 개입”이라고 못 박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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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시간 오전 9시를 조금 넘겨 의회 중계 스크린에 나타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영국 하원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카키색 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20분 가까이 설득력 있는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막바지엔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강조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기도 했다. 참석 의원들은 연설 시작과 마지막에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99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미 의회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은 취임 후 세 번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처음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현재 진행 중인 억지와 방어 노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나토 동맹에 대한 우리의 철통 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EU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방문 중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를 방문할지를 묻는 말에 사키 대변인은 “방문 일정에 관한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당국자 13명을 제재한 데 대한 반응을 묻자 “우리 중 누구도 러시아 여행 계획이 없고, 누구도 러시아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냉소적으로 답했다.

3개 동유럽국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 슬로베니아의 야네스 얀사 총리,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총리는 격추 우려가 있는 비행기 대신 7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이날 오후 키이우에 도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의 방문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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