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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동력 살리려면 ‘잠정합의’부터 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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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반도평화만들기] 외교안보 제언

한국이 지난 30년간 추진했던 비핵화 외교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2018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북한은 최근 핵·미사일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한국은 막대한 외교력을 투입했지만 북핵 위기는 진전과 원위치를 반복됐다.

북한이 2017년 핵 보유를 선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다양한 발사 수단을 확보한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의 벽은 높아졌다. 국제사회가 북핵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정책에서 '현상 유지'를 배제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지원을 약속하는 방안은 북·미 간 불신의 깊은 골로 인해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북한의 핵 동결 또는 모니터링 수용 등 낮은 수준의 비핵화와 그에 맞는 상응 조치를 교환하는 '잠정 합의(Interim Agreement)'가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로드맵.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로드맵.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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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상태로 하는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당사자가 요구하는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 수교, 남북 관계 정상화의 초기 조치와 중간·최종 목표를 담아야 한다. 이를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북한과 거래할 다양한 카드를 개발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남북기본협정' 체결도 필요하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기본으로, 여기에 새로 합의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보태면 된다. 이를 통해 남북 관계를 민족 중심에서 통일 시까지 잠정적인 국제 관계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국회에 상설협의체 설치해야 

이 과정에서 남·남 갈등을 줄이고,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에 상설협의체를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 여야가 중심이 돼 관료와 민간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활용한다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대북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북핵 협상의 촉진을 위한 정상 간 소통도 필수적이다. 예방·선제외교 차원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되 군사력 강화와 국방 개혁을 통한 억제력 확보도 필수다. 또 남북 군비 통제 협상에 대비해 범정부적 전략협의체를 설치하고, 정파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직업형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평화만들기 외교안보 정책제안 TF 명단

김병연 서울대 교수,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안동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전우택 한국의학교육 학회장,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교수,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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