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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도 없는 아프리카 오지 소년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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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레가 설계한 부르키나 공대. [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설계한 부르키나 공대. [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고국 부르기나파소에 지은 건강과사회복지 센터. 높낮이가 다양한 창문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고국 부르기나파소에 지은 건강과사회복지 센터. 높낮이가 다양한 창문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 pritzkerprize]

말리 국립공원. [사진 pritzkerprize]

말리 국립공원. [사진 pritzkerprize]

리세 쇼르게 중등학교. 직사광선은 줄이면서도 편안한 그늘을 만들었다. [사진 pritzkerprize]

리세 쇼르게 중등학교. 직사광선은 줄이면서도 편안한 그늘을 만들었다. [사진 pritzkerprize]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 [사진 pritzkerprize]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 [사진 pritzkerprize]

[사진 pritzkerprize]

[사진 pritzkerprize]

전기와 수도가 없는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 태어났다. 동네에 학교가 없어 집에서 13km 떨어진 학교에 가기 위해 걸어다녔다. 20세에 장학생으로 고향을 떠나 목공일을 배우며 야간학교에서 공부했고, 30세에 베를린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첫 건축 프로젝트는 고향에 초등학교 짓기. 이를 위해 3만달러의 기금을 모으고 모래에 청사진을 그리며 주민들과 힘을 합쳐 2001년 학교를 완성했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인 프란시스 케레(56) 얘기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건축가 케레 #건축 최고 영예 프리츠커상 받아 #2017년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 # 43년 역사상 최초 아프리카 출신 #"공동체 기쁨이 되는 건축 본보기"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재단은 15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 출신 건축가 케레를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프리카 출신 건축가가 이 상을 받는 것은 43년 역사상 처음이다. 심사위원단은 “케레는 자신이 태어난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헌신했다"며 "그는 주변 환경과 주민과 하나가 되는 건물을 만들었다. 그의 건축은 헤세 부리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조형미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고향을 잊지 않았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부르키나 파소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낮고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1965년 이곳에서 태어난 케레는 통풍도 안 되고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교실에서 공부하며 "언젠가 더 나은 건물을 짓고 싶다"고 다짐했다. 건축학을 전공하며 "고향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는 그는 대학 시절 자신이 배운 건축 지식과 지역의 흙과 나무를 재료로 총동원해 학교 짓기를 추진했다. 주민들도 힘을 모았다. 남자들은 당나귀 수레로 건설 현장으로 돌을 운반했고, 흙을 파고 체에 치고 시멘트와 물을 섞어 진흙 벽돌을 만들었다. 여자들은 건설에 필요한 물을 담은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7㎞가 넘는 길을 운반했다.

에어컨 없어도 쾌적한 교실

프란시스 케레가 고향 마을에 지은 간도 초등학교. [ 사진 pritzkerprize]

프란시스 케레가 고향 마을에 지은 간도 초등학교. [ 사진 pritzkerprize]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쇼게 고등학교. [사진 pritzkerprize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쇼게 고등학교. [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설계한 푸르키나파소 국회의사당. 불안정한 정치상황에 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설계한 푸르키나파소 국회의사당. 불안정한 정치상황에 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 pritzkerprize]

고향에서 작업하며 그가 해결할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찜통더위와 열악한 조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아프리카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 기술을 총동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시멘트 강화벽돌과 트러스로 높게 들어 올린 지붕으로 찜통더위와 열악한 조명 문제를 해결했다. 건물 측면으로는 창문을 내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고 천장 구멍으로 열기가 나가게 했다. "어떻게 하면 열기를 줄이고, 빛을 이용해 쾌적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아프리카의 더운 기후에 대응하는 적절한 기술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프로젝트로 학생 수는 120명에서 700명으로 늘었고, 이후 프로젝트는 교사 주택 설계(2004년), 증축(2008년), 도서관 설계(2019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케레는 2004년 아가 칸 건축상을 받았으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케레는 말리, 토고, 케냐, 모잠비크, 수단 등지에 건물을 지으며 에어컨 없이도 쾌적한 '자연 냉방'을 활용해왔다. 케냐 투르카나의 IT 복합시설(2021)도 수동냉각을 위해 지역에서 채석한 돌과 적층 타워를 사용해 쾌적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케레는 2005년 베를린에서 설계사무소 '케레 건축'을 설립했고, 현재 뮌헨에 자리잡은 사무소엔 직원이 21명이다. 미국 몬태나주 티페트 라이즈 아트 센터(2019년), 부르키나 공과대학(2020), 말리 국립공원(2010년)도 설계했다. 2017년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를 했다.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렘 쿨하스, 페터 춤토르 등 쟁쟁한 건축가들이 이미 거쳐간 프로젝트다.

지역의 나무, 진흙이 재료

레오 닥터스 하우징. [사진 프리츠커]

레오 닥터스 하우징. [사진 프리츠커]

미국 캘리포니아 음악 페스티발을 위해 설계한 건축물.[사진 pritzkerprize]

미국 캘리포니아 음악 페스티발을 위해 설계한 건축물.[사진 pritzkerprize]

케레가 활용하는 재료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목재, 벽돌, 점토 등 그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재료를 모두 사용한다. 심사위원단이 "빛을 시적으로 표현한다"고 평했을 정도로 프로젝트 전반에서 빛을 중시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심사위원단은 "햇빛이 건물, 뜰, 중간 공간으로 스며들어 혹독한 한낮의 조건을 극복하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만들어낸다"고 썼다. 그가 설계한 부르키나파소 라온고의 사회 복지 센터(2014, Laongo, Burkina Faso) 벽은 다양한 높이의 프레임 창이 있어 서 있는 의사부터 앉아 있는 방문객, 누워 있는 환자까지 모두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가디언은 "케레의 가장 야심찬 건축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전했다. 괴테 연구소(세네갈), 박물관(르완다), 그리고 그가 교수로 있는 뮌헨에 있는 대학 캠퍼스의 시민 센터 등이 준공될 예정이다. 부르키나파소 국회의사당도 설계했으나 지난 1월 군사 쿠데타로 프로젝트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가디언은 "케레만큼 역경을 견뎌내고 이렇게 수직 상승을 경험한 건축가는 드물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진흙 벽돌 학교를 짓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해 15년도 채 되지 않아 국회의사당 설계자로 뽑힌 것은 전례가 없다"이라고 전했다.

"건축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케레는 뉴욕타임스·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향 사람들에게 좋은 건축물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기쁘고 벅차지만,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앞으로 내 삶은 더 편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
"우리는 건축을 통해 건물만을 얻는 게 아니라 영감을 얻는다"며 "모든 사람은 좋은 품질, 화려함, 안락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나를 보고 이것이 그들에게도 가능한 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케레의 수상 소식을 들은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자기가 태어난 공동체에 보답하기 위해 나선 케레는 학교만들기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건설 기술을 배우고, 다른 학교와 도서관도 지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며 "그것은 학교만들기 작업을 넘어서 공동체의 미래를 지은 것이다. 공동체의 미래를 짓고 기쁨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건축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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