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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실패인가 이재명의 실패인가…민주당내 균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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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5년 국정의 실패인가, 아니면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실패인가. 단 5년 만에 이뤄진 정권 교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당 일부 인사들이 대선 평가를 ‘인적 청산’과 연결짓자는 주장까지 펼치면서, 정면충돌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文정부 책임론’…“부동산 정책 담당자는 책임져야”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핵심 패인으로 꼽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에서 열린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핵심 패인으로 꼽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에서 열린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한 ‘인적 청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이라든지 여러 문제들이 많이 있지 않았냐”며 “그런 분들도 다 자진해서 자기를 돌아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인적 쇄신론’은 정권 교체가 민주당 정권 5년의 잘못된 국정 운영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대선에 대해 “사상 최고 득표율, 정권교체 태풍 속에서도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패배의 이유로는 “촛불연대를 거부하고 독식했다”, “인사실패를 거듭했고 오만했다” 등을 열거했다. 그는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인적청산도 쇄신도 피해가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는 ‘윤호중 비대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했다”는 점을 꼽았다. 조응천 비대위원도 지난 13일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월등한 역량에 힘입어 민주당의 여러 못난 점에도 불구하고 초박빙의 승부까지 갈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우리 민주당이었다”며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주장했다.

“이재명의 패배” 반론도…의견그룹들은 평가 유보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대선 후보였던 이 전 지사 또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대선평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이번 대선 패배는 이재명의 패배, 민주당의 패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패배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득표 결과가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투표율 77.1%의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3%는 전체 유권자 분모로 환산하면 36.88%”라며 “문 대통령의 대선 직전 최근 지지도 43.9%에 미치지 못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왜 우리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는지 돌이켜 봐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 의원의 주장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친문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이 후보가 역량이 뛰어나다고 치더라도, 결국엔 대장동 논란 같은 도덕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 아니냐”며 “대선 결과는 냉정하게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문을 비롯한 당내 의견그룹들은 아직 공개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86그룹 주축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향후 3주간 대선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근태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역시 전날 간담회에서 각자의 반성과 소회만을 나눴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아직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평가와 냉정한 토론이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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