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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군기 잡으려다 체면만 구겼다"…北 '괴물 ICBM' 굴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발사 초기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쯤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 미사일은 고도 20㎞에도 이르지 못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10번째 미사일 발사며, 이달 들어 두 번째로 쏜 것이다. 지난 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이다.

1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고도 20km 아래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뉴스1

1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고도 20km 아래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뉴스1

앞서 일본 NHK는 이날 오전 9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일본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합참은 이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오전 10시 35분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 사실을 알리면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올해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군 당국은 구체적인 미사일의 제원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발사 장소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사거리 1만3000㎞ 이상)을 쐈던 평양 순안공항 일대여서 군 당국은 이번에도 화성-17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이 처음 선보인 ICBM이다. 지난해 10월 12일 열린 무기 전람회인 ‘자위-2021’에서 화성-17이란 제식명이 공개됐다.

길이가 23~24m, 동체의 지름이 2.3~2.4m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두꺼운 ICBM이다. ‘괴물 ICBM’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북한 신형 ICBM 화성-17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 신형 ICBM 화성-17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화성-17형은 액체 연료를 쓰는 백두산 엔진 여러 개를 묶어(클러스터링) 만들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백두산 엔진이 그동안 발사에서 신뢰성이 충분히 검증됐지만, 이번에는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이날 평양 시민이 화성-17형 추정 미사일의 폭발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NK뉴스에 따르면 평양 하늘에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미사일 비행 궤적의 끝단에서 붉은색 연기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폭발음이 들렸다.

북한 미사일 폭발 추정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미사일 폭발 추정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순안공항은 평양 시내에서 동서쪽에 떨어져 있다. 지난 2번의 화성-17형 발사에서 북한은 동해 쪽으로 쐈다. 고도 20㎞ 아래라면 평양과 가까운 하늘에서 미사일이 터졌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 공군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 공군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공중에서 연료통까지 폭발했다면 흩어서 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대로 낙하했을 수 있다”며 “미사일의 액체 연료와 산화제는 인체에 매우 해롭다. 주택가에 추락한 경우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 ‘핵실험ㆍICBM 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의 폐기를 선언한 뒤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풍계리 핵실험장ㆍ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강(强) 대 강'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군기를 잡으려다 체면만 구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전념했던 2016~2017년 여러 번의 발사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ICBM 개발에 성공했다”며 “미사일 발사를 곧 재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ㆍ미는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북한이 인공위성을 빌미로 ICBM 발사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이튿날 오전 강원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이튿날 오전 강원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한ㆍ미는 북한의 도발에 무력시위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연합 미사일 타격 훈련을 벌이기 위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한ㆍ미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부대가 대기하고 있다. 또 한국군 독자적으로 공중 폭격과 해상의 지대함 미사일 발사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음 달 실시로 조율 중인 한ㆍ미 상반기 연합군사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ㆍ장거리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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