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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로 지구 살린다"…롯데의 초콜릿이 특별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기업 무인양품이 출시한 귀뚜라미 전병과 초콜릿. 일본에서 판매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포장지에 노란색으로 귀뚜라미가 그려져 있다. [사진 무인양품]

일본 기업 무인양품이 출시한 귀뚜라미 전병과 초콜릿. 일본에서 판매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포장지에 노란색으로 귀뚜라미가 그려져 있다. [사진 무인양품]

롯데그룹은 최근 넉 달 사이에 식용 곤충 관련 사업을 두 차례 공식 발표했다. 롯데가 지분을 가진 일본의 한 유통회사는 이미 귀뚜라미를 이용한 과자 상품 두 개를 출시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이름을 내건 식용 곤충 상품이 곧 나올 가능성이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10일 캐나다의 식용곤충 제조사 아스파이어 푸드그룹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롯데중앙연구소가 프랑스 곤충 단백질 스타트업인 잉섹트(Ÿnsect)와 공동 연구 상호협력의향서(LOI) 체결했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100억원은 투자 규모로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한 해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곤충 사업 투자 

롯데제과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454억원, 영업이익 108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63억원을 냈는데 2018년(84억원) 이후에 증가 추세에 있다. 100억원 투자는 2018년 기준으로 롯데제과의 한 해 당기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인 셈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상사를 통해 일본에서 지분 40%를 투자해 설립한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은 2020년 귀뚜라미를 원료로 한 전병 제품을 내놨다. 당시에는 온라인으로만 판매됐는데 현재는 일본 전역 200개 매장으로 판매가 확대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2월에 같은 원료로 귀뚜라미 초콜릿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개당 가격은 190엔(약 2000원).

곤충 단백질과 두부로 만든 반려견 간식 ‘아미오 자연담은 간식.’ 노란색으로 식용 곤충이 표기됐다. [사진 풀무원건강생활]

곤충 단백질과 두부로 만든 반려견 간식 ‘아미오 자연담은 간식.’ 노란색으로 식용 곤충이 표기됐다. [사진 풀무원건강생활]

무인양품에 귀뚜라미 원료를 공급하는 일본 도쿠시마대학(徳島大学)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됐다. 대학 인근 라면 가게에 곤충 단백질 분말과 건조된 형태의 귀뚜라미를 공급했는데 현지 매체에 따르면 평일에도 줄을 서야할 정도다.‘귀뚜라미로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인양품은 전 세계 인구가 2020년 77억명에서 2030년 100억명으로 늘어나는데 축산 생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해 2030년이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곤충 단백질을 식탁에 올려놓기 위해 가격 안정과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가 투자를 결정한 아스파이어 푸드그룹은 캐나다에 식용 곤충을 생산할 세계 최대 규모 자동화 공장을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1년 1월 말린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사람이 음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 이 곤충을 식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지를 결정하기 전 거치는 예비 단계다.

세계 최대 식용 곤충 생산 공장 올해 완공

한국은 지난 2019년 축산법 시행규칙 위임 고시인 ‘가축으로 정하는 동물’을 개정해 갈색거저리를 포함해 곤충 14종을 가축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는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6월 “곤충 관련 업체가 2873개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고 밝혔다. 황재삼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국내에서 한 해 곤충 판매액이 400억원가량 되는데 이중 식용곤충이 절반을 차지한다”며 “곤충 단백질이 반려동물 사료에 많이 들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풀무원건강생활은 지난해 12월 식용 곤충과 두부로 만든 반려견 간식 ‘아미오 자연담은 간식’을 출시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곤충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새로운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가공 전문 업체인 에쓰푸드도 지난해 경상북도와 공동 개발해 곤충 프로틴바 상품을 내놨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으로 식량‧사료 가격이 8∼20%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FAO 식량 가격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류 가격 지수도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식용 곤충 저장 방법과 안전성에 관한 논문을 펴낸 김수희 경민대 미래식품산업과 교수는 “유통 조직을 갖춘 대기업이 곤충 단백질 사업에 뛰어든 건 반가운 일”이라며 “자동화 시설을 갖춘 국내 공장으로도 투자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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