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듯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

중앙일보

입력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신인 배우 김동휘(왼쪽)과 33년 연기 경력 최민식이 투톱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 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신인 배우 김동휘(왼쪽)과 33년 연기 경력 최민식이 투톱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 쇼박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다. 팬데믹을 피해 개봉 시기를 미루고 또 미뤘지만, 결국 날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관객을 만나고 말았다. 지난 9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흥행 1위’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15일까지 누적관객수는 27만3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께 감사드린다”는 박동훈(50) 감독을 15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개봉 1년 넘게 미뤘지만 코로나 정점 #박스오피스 1위인데 누적 관객 27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춘 채 자사고 ‘동훈고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그 학교에 사배자(사회적배려대상자)로 들어온 학생 ‘한지우’(김동휘)와 펼치는 이야기다. 최민식의 ‘천문:하늘에 묻는다’ 이후 2년여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탈북’ ‘수학’ 등 예민하고 딱딱한 소재를 가져다 썼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고 따뜻하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못 받아 수포자 지경에 이른 한지우가 이학성으로부터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 “문제가 안 풀릴 때 포기하는 대신에 내일 아침에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하는 게 수학적 용기” 등의 가르침을 받는 과정을 ‘위로’와 ‘힐링’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 전형적인 ‘착한’ 영화의 흐름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 [사진 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 [사진 쇼박스]

박 감독 스스로도 “반듯한 영화”라고 평했다. “반듯함과 예쁨·친절이 무례함·위선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쟁영화’(2005),  ‘계몽영화’(2010) 등 단편ㆍ독립영화로 대한민국영화대상 단편영화상,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각본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박 감독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첫 상업영화다. 촬영은 2020년 3월 마쳤다. 그해 11월로 예정됐던 개봉 일정은 코로나19 여파로 계속 미뤄졌다. 이번에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 지원금 10억원을 받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관객 수가 150만명은 넘어야 한다.

“개봉 이후 세 차례 영화관에 가서 일반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박 감독은 “파이송 연주 장면 등에서 관객들과 ‘공명’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파이송은 원주율(π) ‘3.141592…’의 숫자를 ‘1=도’ ‘2=레’ 식으로 바꿔 연주한 곡이다. 딱딱한 숫자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변신하는 장면으로 영화의 ‘희망’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많은 몫을 주연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다. 상대역인 김동휘는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배우다. 박 감독은 “인지도 높은 배우도 고려했었는데 오디션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 보는 배우가 최민식이라는 대배우 앞에 서 있을 때 화면 안에서 만들어지는 생생한 긴장감이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위험한 선택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배우 최민식의 부피감이 어마어마해서 화면 밀도를 채워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면서다.

강말금ㆍ탕준상 등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는 장면도 볼 만하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니, 영화로선 운이 좋은 셈이다. 수학교사 등 악역 캐릭터를 입체감 없이 단순하게만 묘사한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승리의 쾌감을 그리기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