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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첩 혐의 충북동지회 1명 석방…文·박지원 고소 각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간첩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이하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모(51)씨가 구속기간(1심 최대 6개월) 만료로 석방됐다. 다만, 함께 구속됐던 나머지 조직원 박모(58)씨와 윤모(51)씨는 구속기간이 약 2개월 연장됐다. 기존 손모(48)씨를 포함해 불구속 피고인이 2명으로 늘면서 검찰의 공소유지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박씨는 전날 오후 늦게 청주여자교도소에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3일 사전구속영장에 따라 수감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6일 이들 3명을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자진지원·금품수수,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같은 해 11월 19일에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도 추가 기소하면서 앞서 두 차례 영장이 기각된 조직원 손씨를 불구속기소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중 구속 기소된 피고인 1명이 지난 15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조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중 구속 기소된 피고인 1명이 지난 15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조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이들은 ▶2017~2018년 북한 노동당 대남조직인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중국·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접촉한 뒤 ▶지하조직 충북동지회를 조직해 북한 공작원과 지속적으로 암호문 형태의 지령·대북보고문을 주고받는 한편 ▶국내 정치권 동향과 구체적인 인물정보 등을 탐지·수집하거나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이면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았으며 ▶인쇄물·전자문건·동영상파일 형태의 이적표현물 1600여건도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이들의 구속기간 만료일을 나흘 앞두고 열린 속행 공판에서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추가 기소된 점을 고려해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2차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5월 민중당(옛 진보당) 청주시당 권리당원 명부를 수집하고 ▶2020년 10월 20일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면담하면서 들은 발언 내용을 정리해 북한 공작원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2월 2일 송영길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12월 2일 송영길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소장에는 송 전 대표가 당시 충북동지회로부터 ‘통일 밤 묘목 사업’의 필요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이제 우리만 생각해서는 안 되니까 내가 북에 연락해서 정확하게 이게 자기들의 의도가 맞는지 한번 물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이 “배포가 있는 통일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정권 초기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철도 사업 추진 건의를 했으나 대통령이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이에 김동연 부총리에게도 예타(예비 타당성 조사)면제 사업으로 해서 남북철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안 하면 남북철도 사업에 진정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후 충북동지회는 2020년 10월 25일 북한 문화교류국에 “송영길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 북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통하여 이러한 제반 내용과 북에서 밤 묘목이 필요한지 등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과 현 정부의 공동선언 이행에 미온적 태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조직해보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송 전 대표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해 적당히 듣고 돌려보낸 뒤 더는 접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이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하지만 탐지 혐의를 받는 국가기밀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지난해 8월 18일 기각된 손씨의 구속영장 속 범죄사실과 동일하다고 맞선 충북동지회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가 구속영장은 발부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직전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법관 기피를 신청했던 또 다른 박씨와 윤씨는 법관 기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약 2개월)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92조 3항 규정에 따라 구속이 유지됐다. 법관 기피 신청은 항고와 재항고 끝에 지난 4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지만, 지난달 21일 자로 실시된 법관 정기 인사에 따라 제11형사부 소속 판사(부장 이진용→부장 김승주)는 모두 바뀐 상태다.

한편, 청주지검은 충북동지회 측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국정원·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 등 총 35명을 직권남용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무더기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16일 각하 처분했다. 충북동지회 측은 줄곧 수사당국이 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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