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노인이 건넨 봉투엔…"울진 힘내라" 편지와 1024만원 수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오전 충남 서산시청 사회복지과에 8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울진주민을 위해 써달라”는 말과 함께 손에 든 커다란 봉투(A4 크기)를 직원에게 건넨 뒤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지난 15일 서산시청에 8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찾아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울진지역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수표)와 손편지를 맡겼다. [사진 서산시]

지난 15일 서산시청에 8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찾아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울진지역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수표)와 손편지를 맡겼다. [사진 서산시]

노인이 맡긴 봉투에는 수표 1장과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수표에는 1000만원, 100만원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1024만9522원’이라는 금액이 적혔다. 수표를 발행한 곳은 서산농협 지곡농협으로 발행일은 15일이었다.

손편지에 '여러분 사랑합니다’ 응원

손편지에는 ‘울진시민(군민) 여러분께, 여러분과 함께한 국민이 있으니 빠른 복구(가) 될 걸로(것으로) 믿으면서. 여러분 사랑합니다. 충남 서산의 어느 노인으로부터’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산시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성금을 맡긴 80대 노인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대상자가 건강해지면 함께 해외여행(필리핀)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이번에 울진주민을 위해 기부한 돈이 바로 노인이 모은 여행비였다.

해외여행 가려고 모은 돈 선뜻 기부 

노인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4차례에 걸쳐 198만원을 기탁했다. 지난해에도 서산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15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는 “이름 밝히기 싫다.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 14일 김동일 보령시장(오른쪽 둘째)이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을 돕기 위해 공무원들이 모은 성금 178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지난 14일 김동일 보령시장(오른쪽 둘째)이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을 돕기 위해 공무원들이 모은 성금 178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서산시 관계자는 “어르신은 자신의 신분가 어디에 사는지도 밝히지도 않고 돈과 편지를 놓고 가셨다”며 “본인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일 텐데 어려운 결정을 하셔 존경할만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