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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반전단체, 러 부호 런던 대저택 점령했다…초호화 내부 공개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런던 벨그레이브 광장에 위치한 러시아 사업가의 저택을 점거한 영국의 반전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영국 런던 벨그레이브 광장에 위치한 러시아 사업가의 저택을 점거한 영국의 반전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영국의 한 반전운동 단체가 러시아 올리가르히(산업·금융계 신흥재벌)의 자국 내 저택을 점거해 초호화판 내부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떠받치는 핵심 정치기반이자 ‘돈줄’인 올리가르히의 부동산을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사용하자며 점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홈투어하듯 6층 대저택 곳곳 촬영해 SNS 공개

1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한 반전단체가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올레그 데리파스카(54)의 5000만 파운드(약 812억원)짜리 집에 침입한 뒤, 집안 곳곳을 투어하듯 비디오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자칭 ‘재산해방전선’이라는 반전단체 소속 시위대는 데리파스카의 저택 발코니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푸틴은 X먹어라’ ‘이 집은 해방됐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 7시간 만에 무단 침입 혐의로 이들을 체포했다. 더타임스는 “해당 저택은 데리파스카 본인이 아닌 가족의 것”이라며 “1년에 4주 정도 사용하는 세컨드하우스”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사업가인 데리파스카는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루살의 창업자로, 재산이 20억 파운드(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지난 10일 영국이 푸틴 대통령을 고립시키기 위해 제재 대상에 올린 러시아 부호 7명에 포함됐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혐의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도 올랐다. 미국 정부는 그를 푸틴의 최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 반전단체 회원들이 러시아 데리파스카의 저택을 점거한뒤 발코니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영국 반전단체 회원들이 러시아 데리파스카의 저택을 점거한뒤 발코니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피아노 9700만원, 식탁 8000만원, 한증탕까지

데리파스카의 저택은 영국 수도 런던의 가장 비싼 부동산 밀집지역인 벨그레이브 광장 5번가에 위치했다. 6층짜리 저택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초호화판 장식품이 넘쳐났다. 복도에는 그리스 신을 조각한 대리석 흉상이, 서재에는 마호가니 책장과 모더니즘의 대표 인물인 바바라 헵워스의 조형물이 전시됐다. 더타임스는 해당 작품 가격을 150만 파운드(약 24억원)로 추정했다.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앤티크 거울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상은 또다른 샹들리에를 지나 그랜드 피아노로 이어진다. 더타임스는 해당 피아노가 1880년대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에 복원된 명품 보센도르퍼일 가능성이 높으며, 가격은 6만 파운드(약 9700만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또 5만 파운드(약 8000만원)짜리 린리 식탁을 지나,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예술품이 모여 있는 계단도 공개했다.

러시아 신흥 재벌인 데리파스카의 저택은 영국 런던에서 가장 부동산이 비싼 곳으로 알려진 벨그레이브 광장에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신흥 재벌인 데리파스카의 저택은 영국 런던에서 가장 부동산이 비싼 곳으로 알려진 벨그레이브 광장에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홈시네마룸에는 19세기 러시아 화가 프란츠 라우바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6만 파운드(약 9700만원)짜리 대형 그림이 걸렸고, 건물 저층에는 터키식 한증탕과 체육관, 주방 두 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데리파스카는 이곳뿐 아니라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서리주의 웨이브릿지 인근에 아르데코 양식의 대저택 햄스톤하우스도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1937년 지어진 곳으로 수영장과 사우나, 체육관, 넓은 정원을 갖췄다. 반전단체 회원들은 “이 모든 것을 한 개인이 소유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오른쪽).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오른쪽). 연합뉴스

"우크라 난민 위해 쓰자" 주장에 정치권도 검토

제재 대상에 오른 올리가르히의 재산을 인도주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은 영국 정치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장관은 지난 13일 BBC 방송에 출연해 “제재가 유지되는 기간만이라도 인도주의 목적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높은 법적 제약이 있긴 하다”면서도 “재산을 영구 몰수하자는 게 아니라, (올리가르히가) 제재를 받는 동안 영국 내 부동산을 사용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타인을 돕는데 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고브 장관의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첼시FC 구단주이자 러시아 억만장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1억5000만 파운드(약 2432억원)에 달하는 대저택과 2018년 3000만 파운드(약 486억원)에 구입한 첼시워터프론트타워 3층 펜트하우스 등 5억 파운드(약 810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난민을 위해 내놓게 된다.

영국 주택장관 마이클 고브가 BBC방송에 출연해 우크라 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주택장관 마이클 고브가 BBC방송에 출연해 우크라 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영국 자선단체인 난민위원회는 “고브 장관의 제안은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잘 만들어진 계획”이라고 반겼다. 탐신 백스터 대외 난민위원회 사무국장은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영국을 찾아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몇달 혹은 몇년 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삶을 재건하기 위해 안락한 거처를 마련하는 것은 영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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