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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 갈등 장벽 넘어라’ 1만 강소기업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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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22년 중국경제 8가지 포인트

중국은 지난 4~11일 개최된 양회(전국인민 대표대회, 정협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5% 내외로 제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지난 4~11일 개최된 양회(전국인민 대표대회, 정협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5% 내외로 제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범상치 않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서방의 정치적 보이콧 사태로 얼룩지더니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중국 경제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로 추락하면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에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선진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는 역행하는 조치다. 지난 주말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3대 압력으로 수요 위축, 공급 충격, 시장의 기대 약화를 꼽으며 ‘안정’을 강조했다. 경제 운용이 쉽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올해 중국 경제에서 무얼 주목해야 하나. 여덟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전문·정밀·특색·혁신화 4대 목표
작은 거인기업 5년간 두 배 확대
올해 성장률 5.5%로 높게 제시
안정적인 성장·고용에 무게 실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승부 걸어

첫 번째는 중국이 안정적 성장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5.5% 내외를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인 6% 이상에 비해 낮긴 하지만 이는 지난 2년간의 평균 성장률인 5.1%보다 높다. 또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적극적인 성장 의지를 표명해 시장의 기대심리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 위축된 시장의 기대심리를 전환함으로써 투자와 소비를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했던 소비 확대조치도 소환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용 안정이 중국 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고용은 민생문제인 동시에 발전 문제”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청년층 조사실업률이 14.3%에 달하고, 올해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졸업생은 1076만 명에 이른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경제는 물론 사회안정의 시금석인 것이다. 여기에 농민공과 퇴역 군인까지 고려하면 올해 신규취업 수요는 1600만 명에 달한다. 한데 리 총리는 올해 도시지역 신규 취업 목표로 1100만 명을 제시했다. 중국 경제가 5% 이상의 성장률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세 번째는 중국 당국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건전성 중시를 밝힌 점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적자가 누적됐다. 또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관리가 어려운 지방정부 융자기구의 부채 규모가 상당한 정도(39조3000억 위안)에 달해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재정 건전성 관리가 중요 과제로 부상한 이유다. 이에 재정 적자율을 지난해(3.2%)보다 낮은 2.8%로 설정했다. 다른 한편으론 지방의 재정집행 여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기업의 조세부담 경감 규모가 지난해 1조 위안에서 올해는 2조5000억 위안으로 확대했다.

환경·부동산 통제 완화할 듯

네 번째, 중국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가운데 실물경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것이란 점이다. 통화정책의 기본 기조는 통화량(M2)과 사회융자규모 증가속도가 기본적으로 명목 경제성장률과 일치하도록 조절하고, 거시 레버리지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금융기관의 대출을 확대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올해 경기 운용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섯 번째는 환경과 부동산 분야에 대한 통제가 다소 완화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엔 ‘쌍탄(2030년 탄소배출 피크, 2060년 탄소중립 실현)’ 관련 업무에서 적극적인 추진을 요구하다 보니 전력난이 발생한 바 있다. 올해는 질서 있는 이행으로 에너지 공급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투기는 근절하겠지만,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 구매자의 합리적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조치는 중국 정부가 안정적 성장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여섯 번째는 중국 정부가 저출산 및 노령화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자연증가율이 3.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48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생산연령 인구는 2010년을 정점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2015년을 정점으로, 출생자 수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노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이 14.2%로 국제연합이 규정한 노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아의 양육비를 개인소득세에서 특별 세액공제하고, 중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맞춰 정년 연장도 추진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유지할 수 있을까

일곱 번째로 중국은 강소 중소기업을 육성해 미·중 마찰 시대의 공급망 형성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케 하겠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문화(專), 정밀화(精), 특색화(特), 혁신화(新)된 ‘전정특신(專精特新)의 작은 거인(小巨人)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5000여 개에 달하는 작은 거인 기업을 향후 5년 안에 1만 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될 베이징 증권거래소를 개설했다.

마지막으로 미·중 마찰과 코로나 재확산이 중국 경제의 중요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점이다. 2020년 초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한 약속은 그 이행률이 57%에 불과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반도체를 넘어서 신기술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 상장된 5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 위험 리스트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 사태와 겹치면서 다소 주춤했던 미·중 갈등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국가 주도적 경제시스템을 둘러싼 중국과 선진국 간 경제체제 경쟁도 가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는 중국으로선 강경한 대응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더해 중국은 여전히 방역에 중점을 두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해 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개방보다 경제안보에 무게, 한국에 미칠 영향

중국의 대외통상전략 중심이 과거 ‘개방을 통한 국내의 개혁 촉진(以開放促改革)’에서 이젠 ‘경제안전 보장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로 전환되고 있다. 덩샤오핑은 대외 개방을 외국의 자본과 시장을 활용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시장을 결합하는 개혁의 추진 동력으로 삼았다. 장쩌민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사시켰고, 후진타오는 WTO 가입을 국내제도 개혁의 동력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중국은 경제안전과 자립을 중시하는 통상전략을 강화 중이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쌍순환전략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통상전략은 중국 고립화에 대한 대응전략에 더 가깝다. 과거의 통상전략이 대외 개방에 방점을 두었다면 현재의 통상전략은 방어적 기제를 강화하는 형태다. 이는 경제안보를 이유로 한 자체 공급망 강화와 반외국제재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통상전략 변화는 한·중 경제협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중국의 개방형 통상전략은 한·중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안보 중시형 자기방어적 통상전략은 양국 경제협력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사태에서 중국이 시장을 무기로 우리를 압박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중간재 수출의 27.4%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우리가 수입하는 중간재의 28.4%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33%가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이 공격적 성향의 통상전략으로 우리를 압박할 경우 한·중 경제협력은 근본적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한·중 무역액은 우리 통계로는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숫자는 양국이 상호 불가분의 협력 파트너임을 뜻한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에 보낸 축전에서 수교 당시의 ‘초심’을 강조했다. 그러나 ‘초심’은 한쪽에만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수교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재건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평섭 현대중국학회 회장·KIEP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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