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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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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선 후 첫 회동을 한다.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정확히 일주일만이다.   두 사람의 대면은 윤 당선인이 지난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뒤 21개월만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선 후 첫 회동을 한다.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정확히 일주일만이다. 두 사람의 대면은 윤 당선인이 지난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뒤 21개월만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당선인, 문 대통령과 회동서 건의 예정

1997년 YS·DJ처럼 화해·통합의 선택 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늘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한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논의된다고 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어제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 왔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7년 12월 말 김영삼(YS) 대통령과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 회동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논의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당시 DJ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앞으로 더 이상의 정치보복이나 지역적 대립은 없어야 한다는 내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YS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단죄했던 터라 사면에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후임자의 뜻을 받아들였다. 형식 자체는 YS가 DJ의 건의를 수용한 게 아닌, YS가 DJ에게 사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정리됐지만 말이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중요한 건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 화해·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신구(新舊) 권력의 의지와 배려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MB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년여 만에 풀려났는데, 81세 고령의 MB는 2년3개월여째 수감 중이다.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10월 뇌물·횡령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지만 사건 성격이 일반적인 국정농단 사건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MB가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내 소송 비용을 삼성이 냈다는 것인데, MB는 실소유 사실을 부인한다.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때 MB를 빼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했다.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선 MB의 구속 기간이 박 전 대통령(4년8개월)에 비해 짧고 건강 상태도 나쁘진 않다는 이유를  댔는데, MB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만 드러낸 옹색한 주장이었다.

물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남발돼서도 안 된다. 하지만 국민 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게 순리로 보인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어제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내고 퇴임하는 게 보기도 좋고, 또 다음 대통령에게 미룰 일도 아닌 것 같다”(이상민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후임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