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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에 당선인 특사…중국·일본은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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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버리겠다는 신호탄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만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그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등에 특사를 보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한·미동맹과 경제 안보 등 실리 위주의 ‘선택과 집중’ 특사 외교를 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15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는 4월 초·중순 파견을 목표로 특사단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대미 특사단장은 4선의 미국통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고, EU 특사단장은 미정이라고 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과거 특사단 파견은 형식적인 측면들이 강박관념처럼 작용해 오히려 상대국과 중요하고 실질적인 전략이나 정책 협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윤 당선인은 아쉽게 인식했다”며 “이번에는 철저히 실무 협의를 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형식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4강과 EU에 특사를 파견했고, 당선인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이명박 전 대통령은 4강에 각각 특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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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특사단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정책 협의가 가능한 전문가 및 실무 인력들 위주로 꾸려질 예정이다. 특히 박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가입 문제와 관련해 백신·기후변화·신기술 등 분야별 워킹그룹 참여를 시작으로 접점을 넓혀간다는 윤 당선인의 기본 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다.

미·EU 특사 파견 방침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고 민간인 살상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러시아에 특사단 파견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다고 4강 중 다른 세 나라에만 특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향후 한·러 관계 측면에서 부담이 된 게 사실이었다.

또 과거 특사단 파견이 의전 문제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켰던 경우도 있었다. 2017년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방중했는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전 총리는 테이블 옆에 앉도록 해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제 한국의 위상으로 봤을 때 새 대통령이 나왔다고 주변 강대국에 특사단을 보내는 시기는 지났다”는 내부 의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중국 및 일본에 대해서도 향후 필요성이 커질 경우 업무 협의를 위한 인사 파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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