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대학 신기술, 창업 연결할 전문회사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2022.03.16 00:02

업데이트 2022.03.1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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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당선인 4대 과제 ③ 혁신창업 

한국 사회가 언제 ‘R&D 패러독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은 이스라엘과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투자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조선 등 ‘빠른 추격자(fast-follower)’ 전략으로 성공한 한국 주력 산업이 이제 또 다른 후발 추격자에게 쫓기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R&D 패러독스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국가 미래를 위해 당선인이 반드시 돌파해야 할 대표적 어젠다로 ‘연금개혁’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이어 ‘혁신창업’을 선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가 혁신기술에 기반한 창업으로 이어질 때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선도형(first-mover)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투표를 6일 앞둔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과학기술 중심 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시장·규제에 갇힌 스타트업 살리려면 세계 진출 적극 도와야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도 ‘대학 중심의 스타트업 창업 열풍 조성’ ‘규제혁신으로 기업투자 활성화’ ‘세계 3대 유니콘(기업) 강국 달성’ 등 R&D 패러독스 극복 및 혁신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담았다. 과학기술 대통령 후보를 자처해 온 안 대표 역시 14일 인수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 기반을 반드시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1, 2위 다투는 GDP 대비 R&D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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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리셋코리아 혁신창업분과 자문위원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에 걸림돌인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스톡옵션 행사 때 비과세 한도를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은 벤처기업 인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봤다. 자문위원은 당선인 공약의 내용과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문제 해결에 근거한 세밀한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리셋코리아 혁신창업분과 위원장을 맡은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혁신창업의 텃밭인 대학과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조직을 민영화해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언했다.

정 원장은 “현재의 기술사업화 부서는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관료화돼 있다”며 “기술사업화 부서를 독립시켜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고,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활용률 33.7%에 그친 대학·출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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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연연 연구소기업인 빅피처랩의 금창섭 대표는 “민관 협력형 출연연 혁신창업 모델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금 대표는 “출연연 출신 창업가가 보유한 기술의 수준은 글로벌 스타트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면서도 “글로벌 성공 사례를 보면 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사업화 전문가와 기술 전문가가 함께 연결돼 시너지를 내는 반면, 한국은 출연연 박사 연구원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시장의 필요와 무관한 기술 개발에 매달리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영태 KAIST 창업원장은 “대학 캠퍼스를 기술 샌드박스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요 대학별로 거점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대학 내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서 일정 시간 또는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자문위원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만년 적자인 한국 기술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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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체인 미국 플러그앤플레이의 송명수 한국총괄은 “최근 국내에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중심의 스타트업 유니콘 양성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혁신창업은 모더나와 테슬라 사례에서 보듯, 혁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최병희 청년기업가정신재단 과학기술사업그룹장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나스닥 상장기업 순위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인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좁은 국내시장의 한계와 규제 혁파라는 난관을 뚫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현민 KAIST 전자공학과 교수는 “내수시장을 넘어 수출형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벤처가 성공하려면 자본과 기술·노동력,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며 “한국은 논문은 굉장히 잘 쓰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 낮다고 말할 수 없는데, 자본과 노동력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스타트업으로 뛰어난 인력이 올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실리콘밸리처럼 당장 매출은 없어도 회사의 가치를 보고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계속 투자하는 문화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혁신창업분과 위원 명단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리셋코리아 혁신창업분과 위원장), 최병희 청년기업가정신재단 과학기술사업그룹장, 김영태 KAIST 창업원장, 배현민 KAIST 전자공학과 교수, 송명수 미국 플러그앤플레이 한국총괄, 금창섭 빅피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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