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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진용의 일리(1·2)있는 선택

진정한 무상교육, 발빠른 재난지원금...李만한 능력자 안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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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진용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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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새 기획 칼럼 시리즈 '나는 고발한다. J'Accuse...!'가 대선 이후 드러난 다양한 표심 읽기에 도움이 되는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 '일리(1·2) 있는 선택'을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연재합니다.
1번이든 2번이든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무지하다고 비판하거나 악마화하는 대신 그 선택의 이유를 들어보며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는 취지입니다. 경기도에 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40대 화이트컬러 남자 이진용씨의 글에 이어 17일에는 민주당 텃밭 광주에서 2번을 선택한 30대 의사 박은식씨와 회사원 김의현(필명)씨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더 많은 관련 칼럼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그래픽=김현서 기자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었다. 그가 실제 서민의 삶에 관심을 갖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 강북구가 고향이고,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는 충북 청주에서 졸업했다. 대학교를 진학하며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출퇴근하는 3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 내가 자랐던 수유동은 민주화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곳 중 하나였다. 5월이면 최루탄 냄새 자욱한 시위를 자주 경험했다. 어릴 적부터 뭐든 읽을거리를 좋아했던 나는 매일 아침 종이신문 읽는 게 즐거움이었다. 그때는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었다. 그래서 중·고교 때까지는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등 당시 여당이 좋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매일 시위나 하는 당시 야당은 소란만 일으키는 정당이라고 여겼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과거 세대와 달리 먹고 사는 데 큰 걱정이 없었고, 민주화 운동과는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나 대학 입학 직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을 ‘누가 경제를 제대로 살릴 것이냐’‘누가 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얘기하는가’로 바꾸게 됐다.

지난 4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유세 현장. 이 후보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유능한 경제 대통령'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유세 현장. 이 후보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유능한 경제 대통령'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내 또래의 이런 성향이 가장 두드러졌던 선거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한 2007년 대선이었던 것 같다. 이번 선거도 후보 선택의 이유는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요인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호감도와 소속 정당에 대한 믿음보다는 대통령으로서 미래를 향해 제시하는 비전과 공약, 그가 보여준 실천력 때문이었다. 무조건 민주당을 좋아해 이 후보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의 실력을 보고 투표했다는 이야기다.

경기도 무상교육 혜택에 감사 

내가 10여 년째 살고 있는 경기도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등록비·교과서비 포함), 무상교복, 무상급식 등 진정한 의미의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테지만, 무상교육은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등록금은 물론 교복 구매 부담도 매우 컸다. 당시 가정 형편은 나쁘지 않았지만 어려운 친구들은 교복비 때문에 서러움을 겪기도 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올해 큰 애가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혜택을 받은 교복비 지원 사업은 정말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가정의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선별 지원이 아닌 모두가 혜택을 받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20대 대선 득표율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대 대선 득표율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리고 비록 우리 아이들은 다 자라서 혜택을 못 받지만, 경기도에서 출산하는 산모는 산후조리원 비용도 일부 지원받는다. 출산 형편을 모르는 이들은 왜 애 낳고 키우는 비용까지 정부가 지원하느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내 또래 이후 출산을 경험했거나 앞둔 이들은 산후조리원 없이 가정에서 아이를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부모 세대의 도움이 없다면 더더욱) 잘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없어도, 지원을 확대하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10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무상교복 정책을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17년 10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무상교복 정책을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10년 넘게 경기도에 거주하며 이재명 후보가 지자체장으로서 해온 일들을 지켜보니 자연스럽게 이 후보를 선택하게 됐다. 특히 이 후보는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유력 정치인 중 가장 먼저 국가 차원의 재난지원금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도 경기도 내 여러 도시들이 가장 먼저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장서고 어느 시도가 더 많은 혜택을 주는지 경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국가나 지방정부 재원으로 돈을 푸는 것은 돈으로 표를 사기 위한 사기극이니, 정부 재정이 파탄 난다느니 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여·야를 막론하고 누가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느냐로 경쟁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매우 역설적이다.

재난지원금, 생활에 보탬 

한 가정에 지원되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을 당시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코로나로 늘어난 식비 등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보탬이 됐고, 지역 화폐로 지급된 덕에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어 소상공인들이 잠시나마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이 후보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도 뚝심 있게 정책을 밀어붙여 큰 성과를 봤다. 이와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코로나 긴급지원금 50조 공약을 내세운 만큼 취임 전후로 하루빨리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방역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성남시 공공의료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활약하며 코로나 대응에 발 빠르게 나설 수 있던 것도 이 후보의 빠른 결단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 후보가 추진했던 많은 정책은 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다. 아울러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뚝심 있게 추진했던 발자국들을 믿기에 그를 지지했다. 이런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에 나의 한 표를 믿고 행사할 수 있었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고, 두 달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수십, 수백 가지 이유야 어떻든 새 대통령이 취임해 그를 선택하지 않았던 국민도 놀랄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비록 내가 지지했던 후보는 낙선했지만, 차기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정책과 실행력으로 나와 모든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