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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폭격에 2500명 숨진 마리우폴…거리는 '집단 무덤'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마리우폴의 사망자가 2500명을 넘기면서 도시가 집단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일째를 맞는 가운데, 마리우폴 포위는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폭격으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이 참호로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폭격으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이 참호로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인용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마리우폴에서만 사망한 민간인이 25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자원봉사자의 주된 임무가 됐다. 주민들과 외신들은 "거리에 사망자 집단 매장을 위한 임시 매장지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의 계속된 포격으로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집 앞마당에 시신을 묻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AP통신은 이날 마리우폴에서 수습된 시신은 비닐봉지에 싸인 채로 마리우폴시 도로보수팀과 환경미화원 등 사회복무요원에 의해 미리 파놓은 약 2m 깊이의 참호로 옮겨진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시신을 참호에 밀어 넣은 후 십자가를 그어 짧은 애도를 표했다. 주변에 사망자의 가족이나 다른 조문객은 보이지 않았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러시아군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어 일일이 개별 장례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AP=연합뉴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러시아군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어 일일이 개별 장례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AP=연합뉴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어 일일이 개별 장례를 치르기 힘들다"며 "심지어 도시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는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어 희생자들을 개인 묘지에 묻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시 각지에서 수습된 시신은 비닐에 싸여 있어 신원을 식별하기도 힘들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무덤에 따라 한 곳에 시신 60여 구를 매장했다"며 "그곳에 묻힌 시신의 신원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마리우폴의 집단 무덤의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마리우폴은 개전 이후 최대 피해 지역이 됐다. 인구 40만의 마리우폴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또 2주째 지속한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식량·물·의약품 등 필수품이 고갈되고, 전력과 통신이 끊기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날도 산부인과 공습으로 구조된 산모와 태아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리우폴 외에도 우크라이나 곳곳에 집단 매장지가 생겼다. BBC는 이날 수도 키이우 인근과 북부 하르키우, 체르니히우 등지에서도 민간인 사망자가 임시 묘지에 묻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르니히우 시의회 소속 올렉산드르로마코 보좌관은 BBC에 "체르니히우에서 폭격으로 숨진 민간인은 200명으로 추산된다"며 "전쟁이 끝난 후 시신을 다시 수습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 마련된 임시 무덤에 묻힌 어머니 마리나 메트와 그의 아들 이반. 왼쪽 사진은 그들의 생전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5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 마련된 임시 무덤에 묻힌 어머니 마리나 메트와 그의 아들 이반. 왼쪽 사진은 그들의 생전 모습. [트위터 캡처]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마리우폴 일부 시민들은 인도주의 통로를 따라 도시 밖으로 대피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160대의 개인 차량이 마리우폴에서 출발해 북서쪽 도시 자포리자로 향했다"고 밝혔다. 고립된 마리우폴에서 이뤄진 첫 민간인 대피다.

하지만 여전히 고립된 시민을 위한 구호 물품을 실은 차량은 마리우폴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전했다. 지금도 20만명 이상이 대피를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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