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까지 중국은 물론, 로스앤젤러스 등 해외 유명 관광지에 우리 이름을 내건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
허름한 노점상에서 몇 년 만에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성장한 중국 외식업체 ‘원허유(文和友)’의 당찬 포부다. 원허유는 지난해 말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유니콘 지수 202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알리바바 창립자 마윈도 다녀간 창사의 ‘대표 핫플레이스’
‘노점상의 신화’라 불리는 원허유의 역사는 중국 창사(长沙)에서 시작됐다. 원허유의 창립자인 원빈(文宾·1987년생)은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던 그는 2010년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온 돈을 투자해 노점상 하나를 열었다. 사오카오(烧烤, 구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노점이었다.
창업 초반에는 노하우가 없어 하루에 겨우 3시간을 자는 등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전 직장에서 터득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해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다른 노점상과 소통했다. 이를 통해 사업 수완을 터득한 원빈은 자신만의 소스를 개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졌다.
일반 노점상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원빈을 눈여겨본 식자재 공급 업체 사장 양간쥔(杨干军)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과 손잡고 창사의 전통 길거리 음식으로 중국 최고의 음식점을 꾸려 보자는 것이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원빈과 양간쥔은 작은 매장인 ‘라오창사유자서(老长沙油炸社)’부터 오픈했다.
매장만 오픈했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레드오션인 요식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홍보 전략이 필요했다. 이때 원빈은 자신이 갈고 닦은 세일즈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2011년 당시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이제 막 날개를 달기 시작한 때였다. 웨이보의 홍보 효과를 알아본 원빈은 이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웨이보 광고 효과는 기존 노점상을 운영할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덕분에 중국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톈텐샹상(天天向上)〉에 노출되며 중국 전 국민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른 시기에 ‘왕훙(网红) 브랜드’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셈이다.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원허유’ 이름을 내걸고 룽샤(龙虾, 민물가재) 전문점도 오픈한다. ‘원허유 라오창사룽샤관(老长沙龙虾馆)’은 룽샤의 인기 돌풍에 힘입어 소위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시기와 사업 트렌드를 간파한 원빈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 밖에도 원빈은 원허유다샹창(文和友大香肠), 원허유처우더푸(文和友臭豆腐), 류뎬쭤유투쓰(六点左右吐司) 등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잇따라 오픈하며 ‘중국판 백종원’의 길을 걷게 된다. 2015년 매출 1억 위안(약 188억 1800만 원)을 돌파한 후에는 ‘직영+가맹’ 방식을 통해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도시 재개발 덕분에 찾은 뜻밖의 ‘사업 활로’
원허유 브랜드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전국에서 인기를 얻자 원빈은 더 큰 꿈을 그린다. 단순히 음식 장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취향과 문화 산업을 결합하는 것. 이를 통해 요식업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먹거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바로 원빈이 새로 그리는 원허유의 청사진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다. 창사에서 원허유 매출 견인 역할을 하던 지점이 도시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원빈은 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매장을 재건하며 원허유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는 앞서 설명한 원빈의 미래 계획과도 맥을 함께 한다.
2018년 5000㎡ 규모의 7층 건물을 임대해, 80년대 창사 옛 거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오래된 가전, 가구 등을 모아 복고풍 분위기를 살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2억 위안(376억 40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해 해당 매장 규모를 3배로 확장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규모의 ‘슈퍼 원허유’가 탄생한 것이다.
슈퍼 원허유의 매장 입점 조건은 단 세 가지.
첫째, 창업한 지 10년 이상일 것.
둘째, 일반 프랜차이즈는 입점 불가.
셋째, 장사가 잘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매장이어야 할 것.
기존 프랜차이즈처럼 특색 없거나, 전통 없고 단골이 없으면 입점할 수 없단 소리다.
슈퍼 원허유는 창사를 넘어 중국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객으로 붐비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당시는 이미 원허유의 대표 서브 브랜드인 룽샤 전문점을 포함해 각종 매장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 그 수가 1000여 개에 달할 정도였다.
원허유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갔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인증샷도 SNS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马云)도 이곳을 방문해 창사의 야간 경제를 이끄는 주역 중 하나인 원허유의 활력을 몸소 체험했다.
요식 업계 ‘디즈니’ 꿈꾸는 원허유
원허유는 요식업에 문화를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0년 7월, 슈퍼 원허유 광저우(广州) 지점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은 80, 90년대 광저우의 옛 거리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원허유의 서브 브랜드는 물론 현지 유명 레스토랑, 바, 카페, 문구점 등 다양한 먹거리, 놀 거리로 가득하다.
광저우 지점은 오픈 초반에만 해도 인파가 몰렸으나, 그 인기는 금세 사그라졌다. 온라인에서는 광저우 풍토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원허유는 기존 창사 특색을 가진 브랜드 대신 해산물로 유명한 광저우 현지 음식점을 대거 들여왔다. 서브 브랜드 내에서도 수십 가지의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개발해 관광객에게 선보였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귀담아듣고 발 빠르게 마케팅 전략에 적용한 원허유. 원허유의 이 같은 전략은 다른 매장에서도 활약한다. 2021년 4월, 선전(深圳)에서 슈퍼 원허유가 새로이 문을 열었다. 주력 메뉴는 창사 원허유의 대표 메뉴인 룽샤가 아닌, 선전 스타일의 굴 요리.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개점 당일에만 5만 명의 사람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현지 맞춤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큰 인기를 얻은 원허유,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세계 각 도시에 슈퍼 원허유를 만들고자 한다. 단순한 푸드 코트가 아니라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을 주축으로 각종 문화 관련 매장을 도입해 ‘박물관’처럼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광저우를 예로 들면 ‘해산물’이, 상하이는 ‘게’, 난징(南京)은 ‘오리’가 현지 슈퍼 원허유의 시그니처인 셈이다. 각 지역이 원허유를 통해 독립적인 IP브랜드를 형성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음식을 통해 그 도시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허유의 새로운 목표다. 식문화의 정의를 다시 쓰고 중국 요식업계의 ‘디즈니’가 되고자 하는 원허유.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차이나랩 이주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