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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술 안돼" 손가락 절단된 채 지난 하루…기적이 왔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가락이 절단된 7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수술받을 병원을 헤매다 한 의사의 결단으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감염 위험으로 병원이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 수술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김종필 원장과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김종필 원장과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2일 오전 9시59분쯤 충남119상황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충남 아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72·여)가 제면기를 사용하다 왼손 검지손가락(한마디 정도)가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A씨는 손가락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어 봉합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자칫 손가락을 잃을 상황이었다.

수술 전 코로나 확진…병원마다 거부

119구급대가 A씨를 아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해당 병원에는 봉합 전문 의사가 없었다. 이후 아산지역 병원의 소개로 천안의 전문병원을 찾은 A씨는 수술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또다시 수술을 받지 못했다. 당시 병원 측은 “기존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며 수술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A씨는 손가락을 봉합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수술을 받을 병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A씨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A씨와 가족의 속은 타들어 갔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A씨 가족은 3일 오후 3시쯤 아산시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상황을 하소연했다.

지난 3일 오후 손가락이 절단된 여성이 천안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119구급차에 마련된 음압캐리어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3일 오후 손가락이 절단된 여성이 천안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119구급차에 마련된 음압캐리어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충남도]

전화를 받은 아산시보건소는 곧바로 충남도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충남도는 전국 20개 의료기관에 병상 배정과 수술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두 “안 된다”, “어렵다” 등이었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충남도 성만제 보건정책과장은 오후 6시쯤 평소 알고 지내던 박보연 충남도의사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천안 나은필병원 선뜻 "우리가 수술하겠다"

박보연 회장은 곧바로 충남지역 병원을 대상으로 수소문에 들어갔고, 오후 8시쯤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51) 원장이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김 원장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에 A씨를 음압캐리어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해올 것을 요청했다. 아산보건소에는 음압캐리어가 없어 천안동남보건소가 캐리어를 싣고 아산까지 달려갔다. 그 사이 아산시보건소는 나은필병원에 방호복을 긴급하게 전달했다.

김 원장은 A씨가 병원에 도착하자 환자가 음압캐리어에 머문 상태에서 수술할 것을 결정했다.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에게 코로나19가 감염되는 것을 차단하고 작은 공간으로 다친 손만 꺼내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오후 9시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3시간가량의 수술을 받고 다시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천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수술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 충남도]

A씨는 천안의료원에서 일주일간의 격리 기간을 보낸 뒤 지난 10일 다시 나은필병원으로 옮겨와 진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수술은 무사히 마친 상태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병원장 "오직 환자만 보고 결정"

김 원장은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환자만 보고 결정했다”며 “의료진과 충남도, 아산시보건소, 충남도의사회가 한마음으로 대응해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김종필 원장과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3일 오후 충남 천안의 나은필변원에서 김종필 원장과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70대 여성의 손가락 봉합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준 김종필 원장과 의료진, 박보연 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환자에게 작은 희망을 전달한 감동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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