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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정수석실 폐지, 특별감찰관 임명…비정상의 정상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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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새 정부, 청와대서 사정·정보 기능 배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의지, 환영할 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권력기관 개편과 정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라서 당선하면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우려를 걷어내려는 듯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가 종종 통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던 사정 기능 및 검찰 통제 기능은 전격적으로 없애고, 자신과 친·인척 비리는 엄정히 견제·감시토록 하는 방향이다.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게는 너그럽게, 자기에게는 엄하게)’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살 만한 결단이다.

윤 당선인이 어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의 차담회에서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司正)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며, 청와대 내부 감찰과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까지 담당하는 권력의 핵심 실세다. 1980년 처음 생긴 뒤 정치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온 민정수석실의 재(再)폐지 배경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당선인 구상의 일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말기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권한 남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권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던 법학 교수 출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막강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다가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씨의 항명 사태를 초래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탈법·편법 수사 행태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 산하 특별감찰반도 없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감찰반은 부정부패 감시 역할보다는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정권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많이 해 왔다. 윤 당선인 말마따나 “이런 잔재는 청산”하는 게 맞다.

윤석열 당선인이 그제 내놓은 ‘특별감찰관제 재가동’ 지시는 자신의 처가 관련 리스크에 대해서도 공정과 법치의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메시지다.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 등에 대한 상시 감찰 제도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으로 명문화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단 한 명의 특별감찰관도 임명하지 않아 제도 자체를 사장시켰다. 청와대는 공수처가 특별감찰관 기능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숨길 게 없다면 그럴 일이 아니다. 이번 특별감찰관 재가동 지시가 공수처 폐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일련의 조치가 비정상의 정상화 첫걸음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