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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빅테크’는 그만…네이버·카카오 나란히 리더십 교체, ‘글로벌 확장’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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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수연 CEO

최수연 CEO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14일 나란히 새 리더십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1981년생인 MZ(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최수연(41) 신임 대표를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고,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국내를 벗어난 ‘글로벌 확장’을 새 시대 키워드로 외치고 있다.

김 의장은 14일 카카오 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미래 10년의 비전을 위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와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훈 CEO 내정자

남궁훈 CEO 내정자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투자자 실망에 지난해 6월 17만30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이날 10만3500원으로 떨어져 마감한 상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내수용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를 통해 카카오를 쇄신하는 것과 별개로, 김 의장이 직접 글로벌 전략을 지휘해 성장 동력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김범수 창업자

김범수 창업자

카카오 측은 “김 의장이 카카오 창업자로서 공동체 전체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이니셔티브 공동센터장 자리도 유지한다. 다만, 경영 현안과 관련된 법적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글로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글로벌의 출발점은 일본”이라며 “픽코마가 콘텐트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일본에 출시된 디지털 만화·웹소설 플랫폼 픽코마는 지난해 거래액 7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 매출(6324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단 픽코마를 키워 아직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도쿄 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를 앞둔 픽코마는 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외의 해외 시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가 맡는다.

이해진 GIO

이해진 GIO

카카오가 일본을 글로벌 공략의 전초 무대로 삼으며 네이버와의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메신저 서비스 라인으로 일본에 안착한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인 Z홀딩스(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합병 회사)를 출범한 바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Z홀딩스의 지주사격인 A홀딩스의 회장이다.

이날 임기 3년의 CEO로 선임된 네이버의 최 대표 역시 주총 인사말에서 “기존 네이버 사업이 글로벌에서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앞으로 네이버가 신사업을 잉태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글로벌과 기업문화 회복 두 키워드를 강조했다.

네이버·카카오 매출

네이버·카카오 매출

최 대표는 “앞으로 네이버는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기존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기회와 조직들을 잘 연결해 나가겠다”라고도 했다. 검색·커머스·콘텐트·핀테크·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네이버의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로 잇겠다는 복안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로 최근 2년간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챙겼지만, 서비스 총괄로 일하다 승진한 전임 한성숙 대표에 비해선 사업 실무에 약할 수 있다. 네이버가 사내독립기업(CIC) 등 각 부문의 자율경영을 더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더십 교체의 원인이 된 기업문화에 대해선 최 대표는 신뢰·자율성에 기반을 둔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 규제 움직임과 사회적 압박에 최 대표가 얼마나 잘 대응할지가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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