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전 40만이 봤다, 81세 나문희 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14일 열린 ‘뜨거운 씽어즈’ 제작발표회에서 김영옥(왼쪽)은 “나문희는 원래 이런데 잘 안 나오는데, 이게 될까? 하며 한 번 던져봤는데 ‘어머나, 그거라면 할 거야’ 하더라”고 전했다. [사진 JTBC]

14일 열린 ‘뜨거운 씽어즈’ 제작발표회에서 김영옥(왼쪽)은 “나문희는 원래 이런데 잘 안 나오는데, 이게 될까? 하며 한 번 던져봤는데 ‘어머나, 그거라면 할 거야’ 하더라”고 전했다. [사진 JTBC]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멈칫멈칫 노래를 시작하는 백발의 배우 나문희(81), 첫 소절을 들은 김문정 음악감독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활짝 웃는다. 노래 중간중간 긴장되는 듯 손을 앞으로 모아 꼭 쥐거나 가슴 앞섶에 손을 대 누르며 한 음 한 음 밟아 부르는 노래에 객석에 앉은 배우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막바지엔 결국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과 달리 나문희는 ‘히힛’ 경쾌하게 웃으며 노래를 마친다.

노배우의 서툰 노래를 보고 중견 배우들이 눈물을 닦는 이 영상은 지난달 28일 선공개된 JTBC 시니어 합창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의 일부다. 나문희가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를 부른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0만회를 넘기고, SNS에서도 ‘캡쳐’가 돌며 화제가 됐다. 유튜브와 네이버 검색창에 ‘나문희’를 치면 ‘싱어즈’ ‘노래’가 자동으로 따라붙는 검색어도 생겼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노래도 연기하듯, 편지를 읽듯 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가창력이나 기교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오랜 애틋함이 느껴진다’며 감동을 표했다.

지난달 28일 먼저 공개된 나문희의 독창 영상은 JTBC 뮤직채널 27만회, JTBC 엔터테인먼트 채널 13만회 등 총 40만회 조회수를 올렸고,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진 JTBC]

지난달 28일 먼저 공개된 나문희의 독창 영상은 JTBC 뮤직채널 27만회, JTBC 엔터테인먼트 채널 13만회 등 총 40만회 조회수를 올렸고,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진 JTBC]

나문희가 노래를 부른 곳은 ‘뜨거운 씽어즈’에서 참가자들이 자기소개 겸 처음 노래를 선보리는 자리였다. 84세의 김영옥을 비롯해 가장 어린 45세 전현무까지, 15명의 평균 나이가 56.3세인 합창단이다. 나문희는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인 김영옥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김영옥은 “나문희는 원래 이런 데 잘 안 나오는데, 이게 될까 하며 한 번 던져봤더니 ‘어머나, 그거라면 할 거야’ 하더라”고 전했다.

나문희는 길어진 코로나19에 지쳐, 음악을 전공한 딸에게 ‘노래 좀 하게 해달라’며 마침 레슨을 받던 중이었다. 김영옥은 “자기만 노래 아주 기가 막히게 해서 혼자 (선공개 영상) 나갔잖아, 약간 샘나더라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문희는 “레슨을 받아봤자 어느 정도 받았겠어요”라며 “(제안을 받고) 너무 좋아서 했는데 하고 나니까 너무 힘이 들고, 내가 여기 앉아있어도 되나 생각 많이 했다”며 엄살 섞인 농담을 했다.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데뷔한 나문희는 올해 62년차 배우지만,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등 전성기를 맞은 건 예순이 넘어서다. 81세인 2022년, ‘뜨거운 씽어즈’로 공식석상에서 노래도 처음, 채널S 토크쇼 ‘진격의 할매’로 예능 고정 출연도 처음 해봤다. ‘호!박!고!구!마!!’로 ‘웃긴 할머니’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던 모습과 다르게, 사연자의 고민을 주로 조용히 듣다가 조곤조곤 달래주는 모습이다. 극단적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사연자에게는 “애기야, 끊어!”라고 다정하고 조용하지만 단호한 말 한마디가 전부다. 그러면서도 “나한테도 건강하라며 공진단을 꾸준히 사다주더라”는 김영옥의 말에 “언니, 그건 나를 여기 집어 넣어줬으니 뇌물 주는 거야”라고 애교 섞인 답을 하는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할머니’다.

사전 공개된 ‘뜨거운 씽어즈’ 영상에서는 “할머니들도 집구석에만 있지 말고 좀 나와서 노래도 하고, 우리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동년배들을 격려한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세월과 연륜은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저희는 한 번씩 회오리치듯 감동을 받았다”며 “노래가 아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