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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민정수석폐지’ 의 정치적 의미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2.3.14 김경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2.3.14 김경록 기자

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에 첫 출근한 14일 첫 다짐이 ‘민정수석실 폐지’입니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

2. 당선인의 많은 공약 중에서도 ‘민정 폐지’를 출근 첫날 재확인한 것은..가장 중요한 개혁이슈이기 때문이랍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당선인 구상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앞으로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치개혁 어젠다 중 하나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 대통령이 제왕처럼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이 ‘민정수석실’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민정수석실이 막강한 것은 윤석열의 말처럼 ‘뒷조사’와 ‘정치적 탄압’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민정은 5대 사정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을 총괄하면서 온갖 정보를 장악하고, 이를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민정수석은 ‘왕수석’이라 불렸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문재인,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문재인 정권의 조국..
윤석열은 이처럼 가장 핵심적인 ‘민정폐지’를 먼저 재확인함으로써 이어질‘청와대 축소’라는 개혁의지를 과시했습니다.

4. 김은혜가 말하진 않았지만..민정폐지는 민감한 정치이슈이기도 합니다.
윤석열의 당선 이후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은 ‘검찰공화국’‘공안정국’에 대한 우려가 대단합니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이미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검찰이란 칼을 휘둘러 정치적 보복을 할 것’이란 예단과 공포에 떠는 모양입니다.

5. 이런 상황에서 ‘민정폐지’는 일단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위무의 메시지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통제해왔습니다. 따라서 민정폐지는 이런 통제수단을 버린다는 점에서..정치발전은 물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고하는 바람직한 결정입니다.

6.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주변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14일 반응이 대변합니다.
‘(윤석열과 검찰은)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민정폐지로) 검찰이 (청와대로부터) 독립한다고 해서 수사가 공정한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7. 윤석열의 ‘민정폐지’가 선언적이라면 박범계의 반응은 현실적입니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오래전 유투버(서울의소리) 녹취록에서 했던 말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8. 윤석열이 민정폐지를 공언하고선 ‘눈빛’으로 검찰을 움직인다면 꼼수입니다.
지금 상황은..그야말로 검찰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의 ‘눈빛’이 의심받기 십상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의한 검찰개혁의 난맥상,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윤석열의 수난사를 세상이 다 알기 때문입니다.

9. 따라서 윤석열 정부출범후 검찰의 독립과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민정폐지’이상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공정한 인사입니다. 첫번째 단추는 검찰총장입니다. 총장의 임기(2년)보장은 검찰독립의 핵심장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오수 총장 임기는 2023년 5월말입니다.

10. 임기제 도입이후 22명의 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사람은 8명뿐입니다.
임기를 채우고자 애썼던 당선인이기에 임기보장의 의미를 잘 알 것입니다. 그게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이자 진일보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