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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이해진처럼?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손 떼고 글로벌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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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과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왼쪽)과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카카오 이사회를 이끈 김범수 창업자가 의장 직에서 물러난다. 김 의장은 14일 카카오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새롭게 펼쳐지는 미래 10년의 비전을 위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와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그만 두나

김 의장은 카카오 창업 이후 줄곧 이사회 의장으로 카카오의 현안을 챙기고 책임졌다. 그랬던 자리를 내려놓은 이유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에 있다. 한국 IT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김 의장은 이날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항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6월 고점(17만 3000원) 대비 반 토막인 8만 원대까지 하락하며 투자자 불만이 크다(14일 종가 10만 3500원). 핵심 사업부의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도 등 논란 영향도 있지만 위기의 핵심은 '카카오에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골목상권 침해하는 내수용 기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서 수수료 받는 플랫폼 사업에 그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라는 요구나 다름 없었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를 통해 카카오를 쇄신하는 것과 별개로, 김 의장이 직접 글로벌 전략을 지휘하고 책임질 필요가 커졌다.

이게 왜 중요해?

총수 영향력은 그대로 : 김 의장이 카카오 이사회에서는 물러나지만, 카카오에 대한 그의 지배력에 변화는 없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25%를 보유했고,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보유분을 합치면 김 의장 지분은 23.81%다. 카카오 측은 “김 의장이 카카오 창업자로서 공동체 전체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이니셔티브 공동 센터장 자리도 유지한다. 다만,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만큼 경영 현안과 관련된 법적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글로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찾아 떠나는 총수들 : '글로벌 공략'을 명분으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창업자, 김 의장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은 데 이어, 이듬해엔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지난해엔 쿠팡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 한국법인의 이사회에서 모두 물러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쿠팡 본사(쿠팡 Inc) 이사회 의장으로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총수들이 이사회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때마다 "책임 회피 아니냐"는 의심도 일었다. 공교롭게도 이해진 의장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갈등을 겪은 바 있고, 쿠팡 김범석 의장도 지난해 총수 지정을 둘러싼 논란 이후 한국법인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카카오 2021년 매출 구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 2021년 매출 구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범수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은

● 출발점은 일본 : 김 의장은 “글로벌의 출발점은 일본”이라며 “픽코마가 콘텐트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일본에 출시된 픽코마는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디지털 만화와 웹소설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거래액 7227억원으로, 전년대비 7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 매출(6324억원)의 상당 부분이 픽코마에서 나왔다. 김 의장은 일단 픽코마를 키워 아직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매출 비중을 더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도쿄 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를 앞둔 픽코마는 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외 시장은 슈퍼IP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가 맡는다. 카카오웹툰과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등을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아세안·중화권·인도·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오딘 : 발할라 라이징’의 대만 시범 서비스에 이어 북미·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오딘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플레이투언(P2E)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남궁훈의 ‘비욘드 모바일’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미래 비전의 다른 축인 ‘비욘드 모바일’을 이끈다. 새로운 메타버스와 웹3.0(분산화 웹)에 집중해 카카오를 메타버스 기업으로 재편하고 후방에서 글로벌 사업을 지원할 방침. 카카오 측은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의 형태를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구조로 재구성해 카카오의 국내외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앞으로는

● 네이버 vs 카카오 격전지 '일본' : 김범수 회장이 글로벌 거점으로 찍은 일본은 김 의장이 2000년대 초 한게임 시절부터 두드린 시장이다. 그런데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Z홀딩스) 뒤엔 네이버가 있다. 2011년 메신저 서비스 라인으로 일본을 넘어 글로벌 성장 발판을 마련한 네이버는 지난해 3월 Z홀딩스(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합병 회사)를 출범했다. 이해진 GIO는 Z홀딩스의 지주사격인 A홀딩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 홍은택 등기이사 : 김 의장이 물러난 카카오 이사회엔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이먼트센터장(부회장)이 합류한다. 홍 부회장은 김 의장이 이날 물러난 사회공헌재단(카카오임팩트) 이사장도 맡기로 했다. 카카오는 29일 주주 총회를 열고 남궁훈 대표이사 선임 및 신규 이사 승인 등을 확정한다. 이사회 차기 의장은 추후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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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의장의 카카오 사내 메시지 전문

안녕하세요 크루여러분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입니다.
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맡아, 미래 10년 카카오의 핵심은 무엇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해왔습니다.
그리고 미래 10년을 관통하는 핵심키워드를 Beyond Korea, Beyond Mobile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Beyond Korea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입니다.
Beyond Mobile은 연결이라는 맥락으로 발전한 지난 10년이 완결된 지금 이 시점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메타버스나 Web3.0과 같은 사업적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미래 비전 하에서 뉴리더십이 정해진 후 엔케이(남궁훈 대표 내정자)와 함께 제 역할을 논의해왔고, 그 고민의 결과를 오늘 여러분과 공유하려 합니다.

앞으로 엔케이가 'Beyond Mobile'을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저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Beyond Korea'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출발점은 일본이 될 것입니다. 일본은 한게임 시절부터, 카톡 초창기, 픽코마까지 계속 두드렸던 시장이기도 합니다. 특히 픽코마는 일본을 잘 이해하는 인재를 영입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카카오페이지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하여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디지털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는데요.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합니다.

공동체 크루분들의 노력으로 북미, 동남아, 유럽 등에서도 유의미한 성과와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플랫폼은 북미, 아시아 1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들이 카카오에서 시도한 실험과 성공의 결과가 곧 글로벌 서비스로 이식되고 글로벌에서 거둔 성공의 결과도 카카오에 연결되는 그런 날을 상상해봅니다. 저 또한 우리의 성공경험이 글로벌에 확장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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