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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폭행한 만취녀, 손에 쥔 휴대전화는 흉기일까 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휴대전화로 누군가를 때렸을 때 이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엄벌해야 한다는 경찰의 판단이 나오면서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대 만취 여성에게 폭행당한 40대 남성이 공개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20대 만취 여성에게 폭행당한 40대 남성이 공개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휴대전화로 행인 때린 여성, 검찰 송치

경찰은 지난해 7월 가족이 보는 앞에서 40대 남성을 폭행한 20대 여성을 특수상해 등 혐의로 지난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올려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여성이 폭행 도구로 쓴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형법상 위험한 물건이란 무기나 폭발물처럼 그 자체로 흉기에 속하진 않지만, 특수한 상황에서의 특성과 사용 방법에 따라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을 가리키는 용어다.

위험한 물건으로 상대방을 다치게 한 특수상해죄가 인정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피고인에겐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 내려질 수 있다. 단순상해죄 형량이 7년 이하 징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엄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진. 연합뉴스

휴대전화 사진. 연합뉴스

하이힐, 맥주병도 ‘위험한 물건’

쟁점은 사법당국이 위험한 물건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과거 판례를 보면 길이 8㎝ 하이힐 굽으로 상대방의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한 여성에게 특수상해가 적용돼 징역 2년 6개월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재판부가 하이힐을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외에도 맥주병, 당구큐대, 자동차 등이 법정에서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돼 가중처벌의 근거가 됐다.

휴대전화 모서리로 직장 동료의 눈과 머리를 때렸다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2020년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단순 소지한 게 아니라 공격에 사용했고, 휴대전화 모서리로 머리, 얼굴을 내려칠 경우 상대방이 살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며 “휴대전화는 당연히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범행 당시 상황이 중요”

법조계에서는 물건의 특성보다는 범행 당시 상황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나 피고인의 고의성 등에 따라 똑같은 물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손에 쥐고 휘두르거나 던져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은 폭넓게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물건으로 상해를 입힐 의도가 명확하지 않았거나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부상이 없었다면 같은 물건이라도 해도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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