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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콩쿠르 끝내자마자 체스 대회 달려갔다…'재주꾼' 이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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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혁. [사진 에투알클래식]

피아니스트 이혁. [사진 에투알클래식]

다음은 피아니스트 이혁(22)이 이달 초부터 다음 달까지 한국에서 연주하는 곡목이다. 생상스 협주곡 5번(6일), 베토벤 협주곡 1번(24일), 멘델스존 협주곡 1번(다음 달 14일). 이혁은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고 음악적 스케일도 큰 이 작품들 전 악장을 모두 소화해낼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이혁 인터뷰 #피아노에 바이올린도 연주, 체스도 수준급 #"풍부하고 다양한 연주할 때 만족"

“준비를 많이 해야 했던 건 맞지만, 이왕이면 한국에서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싶었다.” 13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혁은 “풍부하고 다양한 기교가 많은 곡을 연주할 때 특히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고르는 곡목은 언제나 패기 넘친다. 연주 또한 뒤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돌진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도전적인 태도는 음악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본래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발탁돼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했다. 유학을 시작하면서 피아노로 ‘주종목’을 바꿨다. “지금은 바이올린으로 라벨 ‘치간느’ 등을 혼자 연습하곤 한다”고 했다.

음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체스를 두는데 실력이 수준급이다.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는 무대에서 피아노를 다 치고 나면 결과를 기다리면서 폴란드 체스 친구들과 게임을 하곤 했다.” 당시 이혁은 콩쿠르 최종 결선에 올라갔는데 마지막 결과 발표가 끝나고는 짐을 챙겨 폴란드 크라쿠프의 체스 대회에 참가했다. “실력이 훨씬 좋은 사람들과 겨뤄보기 위해 나갔다. 음악할 때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에 굉장한 만족이 있다.” 그가 국제 체스 연맹에서 받은 등급(rating)은 1870~1880. “바둑으로 치면 3급 정도”라고 설명했다.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도 꽤 어려운 작품들을 예고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모음곡, 그리고 쇼팽의 ‘돈조반니’ 변주곡과 소나타 3번이다. 2014년부터 모스크바에 거주하며 러시아 음악의 전통을 공부한 피아니스트답게 1부에는 러시아 작곡가들을 배치했다.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는 각각 러시아 혁명과 2차 세계대전으로 망명을 떠나 고국을 그리워하며 말년을 보냈다. 하지만 확실한 러시아의 뿌리가 음악에 드러난다.”

피아니스트 이혁. [사진 에투알클래식]

피아니스트 이혁. [사진 에투알클래식]

그는 자신이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러시아 음악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번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다음 달 독주회가 예정된 폴란드에서는 라흐마니노프ㆍ스트라빈스키 프로그램의 변경을 요구받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음악의 가치마저 상실될까 우려된다.” 그는 러시아 음악에 대해 “정열적ㆍ서정적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섬세하고 정교하다”라며 “특히 단지 아름다운 멜로디 이상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이혁은 8년째 거주하던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첫날 빠져나왔다. 본래 예정됐던 출국 날짜가 지난달 24일이었다. “도심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져 공항까지 도착하기도 힘들었다. 이제는 돌아가기가 어려워져 걱정”이라고 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졸업을 앞둔 그는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입학 권유를 받아 2월 최고연주자 과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혁의 독주회는 16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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