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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예술과 일상 경계 허문 팝아트···만화·캐릭터도 예술품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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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먹으면서 고민 없이 즐기세요! 대중에게 다가간 예술 ‘팝아트’

현대미술 장르인 팝아트(Pop Art)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팝아트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인기에 힘입어 주요 작가들의 작품 가격도 치솟고 있죠. 국내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MZ 세대는 최근 자신의 취향을 나타낼 수 있는 미술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소유하며 수익까지 얻기 위해 미술 투자에도 나서는데요. 그들에게 사랑받는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광고‧산업디자인‧사진 등 어떤 매체와도 소통이 가능하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팝아트 작품을 본 적이 있을 텐데요. 여러분은 팝아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지금부터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고 경험하며 그 매력에 빠져보세요.

김채원·이수정 학생기자·연규원 학생모델(왼쪽부터)이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살펴보고 이동기 작가도 만났다.

김채원·이수정 학생기자·연규원 학생모델(왼쪽부터)이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살펴보고 이동기 작가도 만났다.

파퓰러 아트(Popular Art·대중예술)를 줄인 말인 팝아트는 생활에서 쓰이는 대중적인 상품 등의 이미지에서 제재(바탕이 되는 재료)를 찾은 현대미술의 한 경향을 가리킵니다. 1950년대 초 영국에서 매스미디어와 소비사회에 주목한 리차드 해밀턴 등의 주도로 시작됐죠. 사회비판적 의도를 품은 영국의 팝아트는 미국으로 건너가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들은 신문 만화‧광고‧상업디자인‧영화 스틸‧TV 등을 활용하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구조를 타파해 나갔죠.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로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로버트 라우젠 버그, 제스퍼 존스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특히 앤디 워홀의 작품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중문화 스타나 코카콜라 병, 캠벨 수프 캔 등을 반복 묘사하거나 임의적인 색채를 가미하는 방식의 작품들을 선보였죠. 초기에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지만 점차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실크 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작품을 제작했어요. 사람들에게 예술과 예술가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줬죠.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화 이미지를 활용해 작가의 대표 컬러인 삼원색과 벤데이 점 기법까지 모두 보여주는 ‘Kiss V'.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화 이미지를 활용해 작가의 대표 컬러인 삼원색과 벤데이 점 기법까지 모두 보여주는 ‘Kiss V'.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팝아트에 대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패션왕’ ‘복학왕’ 등의 웹툰을 그린 기안84는 웹툰 캐릭터인 우기명 등을 팝아트와 접목해 이달 25일부터 개인전을 열어요. 댄스 그룹 클론의 강원래는 지난해 NFT 오픈마켓 플레이스인 ‘NFT 매니아’를 통해 25개 팝아트 작품을 공개했죠. EDM 아티스트이자 팝아티스트인 배드보스는 지난해 6월 첫 개인전에서 앤디 워홀 작품 ‘32개의 캠벨 수프’를 오마주한 ‘30개의 리챔’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작품 판매가 2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대표작인 팝아트 고흐와 고갱이 1500만원에 팔렸죠. 한국 최초로 선보인 팝아트 달마는 통도사·봉은사·조계사에 기증했어요.
팝아트를 인테리어 소품이나 패션 잡화에 이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감각적으로 집이나 가게를 꾸밀 때 잘 알려진 팝아트 그림을 활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죠. 유명 브랜드들이 인기 팝아트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일시적 협업)도 해요. 한국에서 꾸준히 팝아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젊은 작가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게 팝아트의 매력이 아닐까요. 강렬한 색과 선명한 색의 대비를 특징으로 하기에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안성맞춤이기도 합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만나다

연규원 학생모델·김채원·이수정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를 만나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전시장을 찾았다.

연규원 학생모델·김채원·이수정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를 만나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전시장을 찾았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앤디 워홀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어요. 지난 2008년 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대기업 비자금 사건과 관련돼 100억 원대에 판매되면서 주목받게 됐죠.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문화로 생각해 오던 만화를 접목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는데요.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전시 소식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성동구 서울숲 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듯 전시장은 비비드한 컬러감으로 장식됐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작품 속에서 작품과 동화된 것 같이 느껴볼 수 있게 기획했다고 해요. 유명 작품인 ‘절망 Hopeless’, ‘Whaam!’, ‘Kiss V’를 비롯해 초기 흑백 포스터 작업, 잡지 표지 협업,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공예품 등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첫 단독 전시입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와 흥미로운 뒷이야기까지 알려준 한이준 도슨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와 흥미로운 뒷이야기까지 알려준 한이준 도슨트.

전시 설명을 맡은 한이준 도슨트가 두 개의 그림 앞에서 “혹시 뭘 그렸는지 아시겠나요?”라고 묻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낙서”라고 답했습니다. “맞아요. 뭘 그렸는지 알 수 없는 형태가 그려져 있죠. 1957년 작품인데요. 당시 세계적으로 잭슨 폴록이라는 화가의 액션 페인팅 그림들이 인기였죠. 로이 리히텐슈타인도 비슷하게 그리면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린 게 이 두 작품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전혀 주목받지 못해 화가로서 설 자리도 없는 것인가 절망했다고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를 만나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전시장을 찾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를 만나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전시장을 찾았다.

그가 만화를 활용해 그리게 된 데에는 당시 다섯 살, 일곱 살인 두 아들의 역할이 컸다고 해요. “하루는 아들이 아빠는 저 그림처럼 절대 못 그릴 거라며 깜찍한 도발을 했는데요. 그 그림은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였죠.” 아들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해요. 왜 미술이라고 하면 꼭 어렵고 고상한 것만 주제로 삼아야 했을까,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화를 그리면 새로운 미술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캔버스에 미키 마우스를 완벽하게 그려줬고 그게 바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첫 번째 팝아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것 좀 봐! 미키’입니다.

“초기작부터 그의 특징이 모두 다 드러나요. 팝적인 컬러감도 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글동글한 벤데이 점 기법을 볼 수 있죠.” 미키 마우스의 얼굴과 도널드 덕의 눈 속을 보면 미세한 점들이 찍혀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작업을 다 예고하는 듯한 작품이 된 거죠. 이 그림 한 장은 미국 미술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는 가장 핫한 스타 화가에 올라 선도적으로 미술계를 이끌고 나가기 시작합니다.” 연규원 학생모델이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건가요?”라고 궁금해했죠. 한 도슨트는 “당시 미술이라고 하면 추상적인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많았는데,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집에 있는 TV를 통해 보는 연예인이나 만화 속 이미지들이 우리한테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당시엔 TV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미술관에 들어간다는 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TV 캐릭터들을 미술관에 옮겼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대의 전투기가 격돌하는 순간을 그린 ‘Whaam!’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대의 전투기가 격돌하는 순간을 그린 ‘Whaam!’ 포스터.

다음 공간에 들어서면 만화를 주제로 한 가장 익숙한 그림들이 소개됩니다. 캐릭터부터 말풍선 색채까지 너무나도 완벽하게 만화의 구성을 따라 그대로 복제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죠. “총을 쏘는 ‘크랙’이라는 작품 옆엔 실제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참고한 원작이 있어요. 당시 출판된 실제 만화책의 한 페이지라고 해요. 그중 딱 한 컷씩 선택해 캔버스에 옮긴 거죠.” 실제와 비교해 보면 비율도 과감하게 변형하고, 주인공에게 조금 더 클로즈업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략할 부분들을 과감하게 생략했어요. 시각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총소리가 들릴 것 같고 냄새가 날 것 같기도 한 여러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죠.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화책의 한 페이지 중 한 컷을 캔버스에 옮긴 ‘크랙’.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화책의 한 페이지 중 한 컷을 캔버스에 옮긴 ‘크랙’.

작품을 보다 보면 점박이 무늬, 벤데이 점 기법이 계속 눈에 띕니다. 19세기 말 대량 인쇄를 할 때, 잉크를 아끼기 위해 사용한 기법을 회화에 그대로 표현했는데 회화적이기보다 기계적인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사용했죠. “프린터기로 똑같이 복제한 거 아닌가 하시던데 초창기 작업은 본인이 붓으로 점을 직접 다 찍었습니다.” 나중에 나름대로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하는데 여러 실험 결과 가장 최적화된 도구는 바로 칫솔이었다고 해요. 물감을 묻히고 수직으로 폭폭 찍어 내려가면 최대한 번짐 없는 점의 형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벤데이 점 기법은 당시 만화책을 찍는 인쇄 기술이기도 했죠. “옆에 전시된 게 당시 만화책의 한 페이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멀리서 볼 때는 색이 칠해진 형태이지만 가까이서 돋보기로 확대해 보면 작은 점들이 뭉쳐 있는 인쇄 기법을 볼 수 있어요.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시각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인쇄 기술까지도 큼지막하게 확대해서 점의 형태 그대로 전해준 거죠.”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위해 만든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위해 만든 포스터.

한글이 직접 나타난 작품도 시선을 끕니다. 바로 제24회 88서울올림픽을 위해 제작된 포스터였죠.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에요. “24회 서울 올림픽 때 전 세계 24명의 아티스트들에게 포스터 디자인 공모를 받았다고 해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이었고요.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어요. 왜냐하면 한국적인 미가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로이 리히텐슈타인 스럽지도 않죠. 그래서 당시 탈락했다고 합니다. 1988년이면 그의 브랜드 가치가 정점을 향했을 때였는데 이게 떨어지다 보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결국 대외적으로는 단 한 번도 공개한 적 없이 개인 컬렉터 소장품으로만 남아 있었죠. 이번 전시 컬렉터분이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지만 공개하기를 망설여서 전시 오픈 3일 전까지도 이 공간이 비어있었다고 비하인드를 얘기해줬죠.

망점이 있는 작품은 가까이서 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서 확대해 보기를 추천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찍었기 때문에 점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걸 볼 수 있다.

망점이 있는 작품은 가까이서 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서 확대해 보기를 추천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찍었기 때문에 점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걸 볼 수 있다.

피카소, 몬드리안, 모네, 반 고흐 등 당대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가 재해석한 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몬드리안의 작품 안에 망점을 채워 넣었는데 망점이 있는 작품은 가까이서 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서 확대해 보기를 추천했죠.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찍었기 때문에 점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타원 형태나 좀 찌그러진 점들도 존재합니다. “많은 분이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비슷하게 생각하시지만 둘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그림을 똑같이 복제했던 화가라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그림을 딱 봤을 때는 기계적인 느낌이 들지만 알고 보면 단 한 순간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순수한 페인터에 더 가까웠다고 합니다.”

연규원 학생모델·이수정·김채원 학생기자(왼쪽부터)가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살펴보고 이동기 작가도 만났다.

연규원 학생모델·이수정·김채원 학생기자(왼쪽부터)가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살펴보고 이동기 작가도 만났다.

그의 작품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포토존도 인상적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아를의 방’을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예술가의 작업실 시리즈로 새롭게 만든 걸 참고해 제작했죠. 인생샷 남기고 가길 바랄게요.” 당시 미술은 아는 사람들만 즐기는 문화라는 게 당연했는데, 팝아트를 통해 대중과 훨씬 더 가깝게 소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수정 학생기자가 “팝아트를 볼 때 어떤 것을 신경 써서 감상해야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죠. “팝아트 이전의 그림들을 볼 때는 진지하게 뚫어져라 보면서 화가가 뭘 그렸을까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팝아트는 사실 진지하게 볼 필요가 없어요. 팝아트의 또 다른 정의 한 가지는 팝콘을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미술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예술과 일상 그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보면서 조금 더 가볍게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채원 학생기자가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앤디 워홀 이외에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작가가 팝아트의 거장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재즈 음악을 표현한 레인 댄스 포스터.

전시장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재즈 음악을 표현한 레인 댄스 포스터.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 눈물의 향기

기간 4월 3일(일)까지
장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포레 G205 한화갤러리아포레 서울숲 아트센터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연중무휴
관람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이동기 작가를 만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왼쪽에서 두 번째) 작가를 만났다. 아토마우스 등 캐릭터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왼쪽에서 두 번째) 작가를 만났다. 아토마우스 등 캐릭터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톰’과 미국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를 결합한 캐릭터 ‘아토마우스(Atomaus)’를 탄생시킨 이동기 작가는 한국의 1세대 팝아트 작가로 꼽혀요. 이후 믹톰(Mictom)·네로(Nero)·도기독(Doggy Dog)·에이맨(A-Man) 등 서브 캐릭터를 만들며 작품 활동을 전개해왔고, 캐릭터를 통해 많은 기업과 컬래버레이션도 했죠. 팝아트 외에도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해온 이동기 작가를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이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이동기 작가와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피비갤러리를 찾았습니다. 갤러리 내부에는 아토마우스·도기독· 믹톰·에이맨 등 그의 작품이 있었는데요. 전시 기간이 아니지만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꺼내주신 겁니다. 먼저 도기독에 대해 설명해줬죠. “우리나라의 진돗개를 모티브로 했어요. 강아지의 얼굴은 계단식으로 각이 져 있고, 몸통은 부드러운 선을 가진 둥근 기둥 모양이죠. 보통의 강아지와 로봇강아지를 합성한 느낌입니다.” 에이맨을 보고 있으면 미국 서부영화가 떠올라요. “카우보이 같아요”(규원), “로봇 같아요”(수정), “피노키오 같아요”(채원), 고무장갑 낀 거 같다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얘기에 이 작가가 크게 웃음 지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동기 작가를 만나 아토마우스 등 캐릭터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동기 작가를 만나 아토마우스 등 캐릭터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채원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하는 작품은 생활하고 살아가는 복잡한 어떤 과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그런 요소들이 다 담겨 있거든요.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게 제 작품의 특징인 것 같아요. 팝아트를 해야겠다 이렇게 정해서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하죠. 어떤 때는 추상 작업도 하고 어떤 때는 글씨만 쭉 써놓은 작품도 하고, 그냥 무조건 제가 하고 싶은 거를 떠오르는 대로 하고 있어요.

수정 캐릭터를 그리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만화책 보고, ‘소년중앙’도 보며 자랐어요. 그때는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였는데 만화들이 많이 실려 있었거든요. 명랑만화라고 되게 코믹하고 웃기는 얘기를 담은 만화가 많았죠. 그때 즐겨봤던 만화 이미지 같은 것들을 화가가 되고 나서 제 작품에 사용했죠. 원래 미술에서는 만화 이미지 자체를 잘 다루지 않았고 미술과 만화는 서로 섞일 수 없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저는 그걸 좀 깨뜨리고 싶고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만화 이미지 같은 것도 사용하게 됐죠.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 작가.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 작가.

규원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 그런 작품들을 전시했을 때 굉장히 재밌다, 새롭다 뭔가 신선하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완전히 반대로 미술이 아니라며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채원지하철 역사에 그린 그림이 지워지는 사건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2000년 일인데 을지로 지하철 역사 안 벽에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아이디어가 나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죠. 근데 제 작품이 마음에 안 든다며 벽화를 지워달라 항의하고, 어떤 사람은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 위에 낙서를 했어요. 엉망이 된 거죠. 어떻게 할까 몇 달을 고민하고 회의도 하다가 완벽하게 되살리기 어렵겠다 해서 결국 다 지워버리는 거로 결정돼 없어졌어요. 속상했지만 그때 새로운 어떤 걸 하려고 했었다는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동기 작가의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

이동기 작가의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

규원작가님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아토마우스’의 스토리텔링이 궁금합니다.  
미술을 공부하고 미대를 졸업해서 작가가 됐어요. 여러 가지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다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바로 아토마우스죠. 제가 어렸을 때 TV에서 매일 해주던 만화가 아톰이었고, 미키 마우스도 자주 해줬어요.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아톰과 미키 마우스라는 두 이미지를 섞은 거죠. 그래서 이름을 아토마우스라고 지었고 제 작품에 자주 등장하게 됐어요.

이동기 작가의 ‘천사들’.

이동기 작가의 ‘천사들’.

수정 아토마우스가 유명인들이나 직업을 따라 하던데요.
어떤 만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 나온 게 아니라 작품으로 이미지만 딱 그린 거예요. 그래서 어떤 얘기든지 붙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어떤 한 가지로 딱 결정돼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계속 변화하는 인물로 만들다 보니 직업을 바꾸기도 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특징을 흉내 내기도 하죠.

규원창의적인 작품을 만드시는데 자신의 창의성을 어떻게 자극하고 키워내나요.
항상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게 뭐 없을까, 사람들이 했던 거와는 뭔가 다른 걸 해보자 하는 거죠. 예전에 누군가 했던 거를 다시 하는 건 재미가 없거든요. 계속 새로운 걸 하려면 지금까지 다른 작가들이나 창작하는 사람들이 뭘 해놨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돼요. 평소 그런 걸 많이 찾아봅니다.

이동기 작가의 ‘꽃밭’.

이동기 작가의 ‘꽃밭’.

규원 진로가 미술 쪽은 아니지만 작가님처럼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런 거에 대해 자꾸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하기보다는 미래에 더 의미 있는 게 뭘까 지금은 좀 의미가 없어 보이더라도 시간이 흘러 10년 후 20년 후 내가 어른이 됐을 때 이런 일은 되게 의미 있을 것 같아,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채원BTS와 협업하셨는데 이런 작업을 할 때 장점과 힘든 점이 궁금합니다.
BTS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라는 노래 음반 표지 이미지를 그렸어요. 되게 재밌었죠.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인데 작업하며 만나서 얘기도 하고 뭔가 미술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 또 다른 생각도 듣고 그래서 항상 있던 곳을 떠나서 뭔가 여행 갔다 온 거 같은 느낌, 여행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온 것 같은 그런 점이 좋았죠. 특별히 힘든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제이홉과 회의하는데 되게 친절하고 잘해주더라고요. 어떤 이미지로 할 것이냐 여러 가지 스케치를 많이 했어요. 한 몇십 개를 제이홉한테 보여주고 서로 어떤 게 마음에 든다 대화하며 하나를 결정해서 작업했죠.

이동기 작가의 ‘도기독’.

이동기 작가의 ‘도기독’.

수정협업을 많이 하시는데 가장 인상 깊은 작업과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작업은요.
삼성전자랑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고, 최근엔 이수라는 회사의 캘린더도 만들고 했는데 아무래도 BTS죠.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그 앨범이 나오고 저도 e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엄청 받았어요. 저와 제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더라고요. BTS랑 다시 하고 싶은데 안 불러줄 거 같아요(웃음). 앞으로 제 캐릭터를 활용해 조그만 사이즈의 피규어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제 작품 이미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같은 거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채원 팝아트 작품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던데, 작가님 작품에도 그런 게 있을까요. 
사회적인 문제 같은 것도 담을 수 있으면 담으려고 할 때가 많아요. 아토마우스도 이제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어떤 일본과 미국의 문화를 섞어 놓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게 우리나라 사회를 보여주는 거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죠.

규원기술발달과 대중의 기호에 따라 예술도 변화해왔는데 앞으로 4차 산업시대에 새로운 예술 장르가 등장할까요.
잘은 모르지만 계속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기 때문에 미술도 계속 변할 거예요. 지금은 우리가 미술관 가서 그림을 보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보게 될 수 있죠. 최근 등장한 NFT아트는 주로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미술관에서 전시하지 않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작품을 사고팔기도 하죠. 그런 것들도 새로운 미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토마우스도 NFT로 발행됐는데 굉장히 새롭고 재밌다는 느낌을 받아서 앞으로도 더 해보려 합니다.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 작가.

한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 작가.

수정우리나라 팝아트의 위상과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팝아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은 매우 많아요. 본인이 팝아트 작가라고 말하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팝아트 경향을 보이는 작가가 많습니다. 제가 처음에 만화 이미지를 실험했을 때는 굉장히 낯선 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미술에서 이런 팝적인 작업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해요. 한국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최근엔 새로운 팝이라는 뜻으로 네오팝이라고 부르죠. 대중문화가 발달하고 옛날과 비교도 안 되게 만화적인 이미지들이 일상 속에 퍼져 있고, 점점 이런 작품들이 많아질 것 같다 보니 그 안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한다는 게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현대미술에서는 굉장히 큰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규원 현대미술을 볼 때 해석이 어렵고 난해했던 경험이 많아요. 감상자로서 즐길 방법을 알려주세요.
금방 모든 작품을 다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방법은 없어요. 일단은 내가 끌리는 작품들을 자꾸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하고 작가도 많은데 그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할 수는 없죠. 그냥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찾아서 자꾸 보다 보면 그 옆에 있는 작품들도 보게 되고 점점 관심이 넓어져서 예전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들도 또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동기 작가의 ‘박스 로봇’.

이동기 작가의 ‘박스 로봇’.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취재하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이동기 작가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창의성에 놀라면서 작품 세계를 알게 되었고 만화의 한 장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표현할 수 있어서 더욱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동기 작가님의 그림에 대한 진심도 느꼈죠. 엄청난 정성을 쏟아부어서 독특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팝아트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채원(서울 원촌초 4) 학생기자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처음에는 만화 같은 작품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죠.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벤데이 점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은 흡사 보석십자수를 연상하게 했어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작품들도 도슨트 선생님의 설명으로 쉽게 알 수 있었죠. 또 팝아트 하면 외국작가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작가님을 인터뷰해서 반가웠어요. 아토마우스가 작가님께서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 캐릭터를 조합해 만들어 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 같았죠. 강아지를 키워서인지 도기독이 인상 깊었고, 로봇처럼 표현한 게 색달랐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동기 작가님의 전시회를 꼭 보고 싶어요.   이수정(경기도 소하초 6) 학생기자

저의 삶을 즐거운 아이디어로 가득 채울 수 있고, 세상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음을 배우는 취재였습니다. 팝아트는 혁신적이고, 재미있고, 친근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은 심오하고 숨겨진 뜻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팝아트의 등장은 그 틀을 깨고 대중적인 것들을 새롭게 신선하게 시각화했기 때문이죠. 이동기 작가님께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작품에 녹여낸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더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은 팝아트뿐 아니라 자신의 혁신성, 창의성을 발휘해 다른 활동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무언가가 되겠다’가 아닌 ‘어떻게 해내겠다’는 그 사고를 본받고 싶습니다. 이번 취재는 제게 행운이었어요. 늘 창의력에 목마른 저에게 새롭게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연규원(서울 내곡중 1)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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