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의 젊은 날의 초상 『타이거 우즈』

중앙일보

입력 2022.03.14 05:25

『타이거 우즈』 표지

『타이거 우즈』 표지

타이거 우즈는 자상한 아버지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딸에게 트로피를 받은 후 “이 상은 나 혼자의 노력만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들이 함께 만든 것”이라면서 울먹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2018년 미국서 화제된 책 국내 출간
밝은 면은 물론 어두운 면도 조명
극도로 사생활 숨긴 우즈의 퍼즐 맞춰

젊었을 때도 그런 건 아니다. 우즈는 젊은 시절 주위 사람에게 매우 냉정했고, 자신의 대학 시절 대회 참가를 위한 여행 경비를 지원하다가 어려움을 겪은 은인을 내쳤다.

프로로 전향할 때는 팀 동료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도 없이 떠났다. 후원사 직원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등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줬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쫓아내라고 언론사에 협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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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의 전기 『타이거 우즈』가 출간됐다. 책은 2018년 3월 미국에서 발간됐다. 4년이 지나 국내에서 번역됐다.

우즈는 2001년 『나는 어떻게 골프를 하는가』, 2017년 『97년 마스터스 마이 스토리』 등을 썼다.

그의 아버지 얼 우즈도 아들을 길러낸 노하우 등을 책으로 냈다. 그러나 자서전이 대개 그렇듯,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강조하고 감추고 싶은 건 쓰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는 그렇지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 제프 베네딕트와 언론인 아먼 캐티언은 우즈의 위대한 면은 물론 어두운 면도 비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언론인 월터 아이작슨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회고한 전기 『스티브 잡스』가 연상된다.

우즈는 『타이거 우즈』 책을 위해 협조하지 않았다. 저자들은 우즈 주위에 있었던 250여 명의 인물과 인터뷰 등을 통해 우즈를 입체적으로 관찰했다.

우즈가 자신의 사생활을 극도로 숨겼기 때문에 일종의 탐사보도 성격도 보인다. 672쪽의 이 책은 골프 황제의 명암을 두루 썼지만, 우즈의 밝은 면들은 대부분 보도된 것들이어서 어두운 면이 오히려 눈에 띈다.

책에 의하면 우즈에 대한 잘못된 신화가 많다. 우즈는 바바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치원 때 6학년 형들이 나를 나무에 묶고 옷에 ‘깜둥이’라고 쓰고 돌멩이를 던졌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집에 돌아갔다”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인 얼 우즈도 잡지에 그렇게 얘기했고, LA 타임스에도 나왔다. 우즈 부모의 주도로 출간된 타이거 자서전에서 그 얘기는 또 등장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이야기는 조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책은 “우즈가 다닌 세리토스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당시 선생님은 “6학년 아이가 선생님을 거치지 않고 유치원으로 갈 수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했으며 학교 관리자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했다.

저자는 “콘크리트 바닥에 있는 나무에 묶인 다섯 살 아이가 스스로 포박을 풀었는지, 피범벅이 된 채 옷에 ‘깜둥이’라고 쓰인 채로 5차로 큰길을 건널 수 있었을까.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우즈는 스탠퍼드 대학에 다닐 때 강도를 당했다고 했는데 역시 정황상 납득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한다.

마스터스 우승 후 백악관 초청을 거부한 후 생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우즈의 여성편력도 전한다. 우즈가 무릎 수술 과정에서 성장 호르몬을 사용했다는 증언(우즈 쪽에서는 강력히 부인한다)도 나온다.

책이 우즈를 고발만 하는 건 아니다. 골프 황제의 인간적인 외로움도 설명하려 했다. 책은 “섹스 중독은 알코올이나 약에 중독된 것과 마찬가지로 무기력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공허한 마음을 위로하거나 스스로 치료하려 할 때 성관계를 통해서 해결하려 한다. 쾌락이나 욕정이라기보다 장소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냥 고통을 덜기 위한 맹목적인 추구”라고 했다.

책에 우즈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못한 건 아쉽다.

또한 우즈는 2017년 허리가 아파 골프를 포기할 위기를 겪은 후 인격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 그는 이전의 교만하고 이기적이며 냉혹한 우즈가 아니었다.

현재 우즈는 2018년 책 출간 시점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 이전의 이야기를 쓴 점에서 책은 우즈의 젊은 날의 초상이라고 부를만하다.

JTBC골프의 PGA 투어 전문 캐스터이자 책을 번역한 강한서 아나운서는 “우즈를 한 차원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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