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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지금이 고점? ‘청개구리 베팅’에 뭉칫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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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청개구리 투자자’가 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 등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고점이라고 판단하면서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 중인 만큼 불확실성이 큰 데다 파생상품인 원자재 선물 상품 투자의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목소리다.

13일 코스콤이 운영하는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주(7~11일) 자금유입이 가장 많았던 ETF 상품은 ‘KODEX WTI 원유선물 인버스(H)’였다. 982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뒤를 이은 건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로 515억원이 순유입됐다. 두 상품 모두 원유 값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투자상품이다.

1주간 ETF 자금유입 TOP10.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주간 ETF 자금유입 TOP10.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 큰 베팅에 나선 투자자들도 있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2배 인버스에 돈을 넣은 것이다. 지난주 원유 곱버스인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H)’에는 111억원,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에는 6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급등한 니켈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와 2배 인버스 ETN에도 총 11억원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ETF와 ETN은 원자재 상품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유사한 상품이지만 발행 주체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ETN은 증권사가 발행한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상품 투자가 위험한 건 ‘방향성 상품’이라서다. 가격이 상승과 하락 등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투자자가 쉬운 투자로 착각하기 쉽다. 문제는 이 방향이 언제 어디로 꺾일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데다가 최근 전쟁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어떻게 튈지 어디가 고점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쟁이 이어지며 원자재 시장에 ‘이상 현상’이 속출하며 투자자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니켈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며 공급 부족에 대한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며 니켈값이 폭등하며 니켈 곱버스 상품의 거래가 정지됐다.

또 다른 문제는 높아지고 있는 괴리율이다. 괴리율이 높다는 건 실제 자산 가치보다 투자 상품이 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괴리율이 높으면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 원유 가격을 2배로 반대 추종하는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11일 종가기준 13.43%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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