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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내다보는 연금개혁, 다수결로 정할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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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당선인 4대 과제 ① 연금개혁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그 아래에 분과위원회 5개를 뒀다. 윤석열 당선인의 연금개혁과 복지공약 마련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안 교수에게 윤 당선인의 연금개혁 진정성을 따져 물었다.

안상훈

안상훈

당선인은 2월 초 연금개혁을 공약하면 선거에서 진다고 했는데.
“세부적인 개혁안이 공약감이 아니라고 한 거다. 연금제도의 문제의식을 잘 인식하고 있다. 개혁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에 손대지 않은 유일한 정부고, 이게 중대 과실이라는 교훈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되고,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개혁의 방향이 뭔가.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고 근본적으로 노후소득 보장체계 재구조화도 중요하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사학·군인) 통합을 넘어서는 문제다. 여기에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해야 한다. 퇴직금의 퇴직연금화도 중요하다.”
왜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가나.
“연금개혁은 다수결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전 국민 학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50년 가는 개혁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연금관련 공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금관련 공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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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이 세부 안을 지시한 게 있나.
“당선인은 후보 시절 논의 과정에서 큰 틀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이해가 되면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이렇게 바꾸자’고 한다. 세세한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세부 안을 안 낼 건가.
“그렇다. 당선인이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못 박으면 찬반 의견이 쏟아질 거다. 새 정부가 명확한 안을 내면 적대적 정치가 횡행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개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선인은 어떤 역할을 하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 역할을 할 거다. 논의 과정을 관리하는 중재자가 된다고 보면 된다. 당선인은 (연금개혁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고, 물길을 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금개혁위원회(가칭)에서 여러 가지 안을 두고 숙의한 뒤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지도자의 피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여긴다.”
왜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가.
“당선인은 10일 당선 인사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과 관련이 있다. 독일의 메르켈·슈뢰더 총리가 노조 만나고 밤에 맥주 한잔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중재했다. 유럽의 이런 문화처럼 갈등 조정을 잘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당선인이 생각한다. 연금개혁 같은 건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여긴다.”
기초연금부터 올리면 다른 논의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빈곤에 가까운 사람의 급한 불부터 끄려 한다. 내년에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일괄적으로 올린다. 이 정도(약 8조8000억원 소요)는 재정 여력이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화하는 안을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 빈곤율을 2~3%포인트밖에 줄이지 못한다. 그리고 기초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을 10만원 추가 지급하는 것을 눈여겨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