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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특검 요구에 尹 "어떤 조치라도"…대장동 '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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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선이 나흘 지났지만, 대선 정국 내내 쟁점으로 부각됐던 '대장동 특검'이 여전히 뜨겁다.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그 방향성에 대해선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특검법 처리 요구에 尹 "어떠한 조치라도 해야"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서 "부정부패에 대한 진상규명에는 그 진상이 확실하게 규명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라도, 국민들 다 보시는 데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는 무슨 꼼수라던가 그런 것도 없고 저는 늘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2022.03.1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2022.03.13

같은날 앞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장동) 특검 실시에 대해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자께서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 여야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며 "3월 임시국회 처리에 아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윤 당선인이 "특검을 실시하자"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어떤 조치라도 해야 된다"는 등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이른바 '대장동 특검'을 향한 여야 의지가 재차 확인된 셈이 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유세에서도 "특검이든 뭐든 진상만 밝히면 저희는 대찬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야 모두 발의, 내용은 딴판 '대장동 특검법'

실제 국회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안이 각각 접수돼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은 지난 3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 대출·부실수사·특혜제공 등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9월 23일 소속의원 107명 명의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장동 관련 특검법. 정용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장동 관련 특검법. 정용환 기자

양당이 모두 특검을 정식 요구했단 측면에서 입장이 같다. 하지만 법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 내용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 법안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관련 수사 무마', '윤석열 가족과 대장동 관련자 간 부동산 매매' 등 윤 당선인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내용을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주요 내용에 '대장동 개발 사업 연관 불법행위'와 '성남시·성남도개공·특수목적법인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그 임직원 및 사건 관계자의 직권남용·횡령·배임' 등을 넣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연관성만을 염두에 뒀다.

발의 시점부터 특검 임명까지 입장차 '팽팽'

특검법 발의 시점에서도 양측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법안은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9월 29일)이 꾸려지기 약 일주일 전 발의됐다. 애당초 검찰 수사를 믿기 어렵고, 대선 전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민주당 법안은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 발의됐다. 대선 결과를 떠나 대장동 개발 관련 윤 당선인의 과오를 따져보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속 특별검사 추천 및 임명 관련 내용. 정용환 기자

국민의힘이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속 특별검사 추천 및 임명 관련 내용. 정용환 기자

특별검사 임명 방식에서도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민주당은 상설 특검 방식을 따라 특검추천위(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야 추천 위원 각 2명 등 총 7명)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이 방식대로라면 현 정부 입김이 세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서면으로 4명의 추천을 받아 교섭단체가 합의한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는 별도 방안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넣었다.

진통 길어지면 특검 의미 퇴색될 수도

양당이 특검의 취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카드다. 양당이 특검 도입에 뜻을 모으더라도 수사 범위와 기간, 특별검사 추천 방식, 수사팀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려면 상당 기간 진통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특검 도입이 늦어질수록 여야 양측이 특검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통 끝에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수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올해 중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새 정부 검찰 조직에 수사를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민주당은 우여곡절 뒤 특검을 출범시키더라도 그 시점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오는 5월 10일)보다 늦어진다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앞에 수사가 가로막힌다는 한계가 있다.

윤 당선인 측도 이날 "특검 도입을 하겠다는 거냐"는 기자단의 추가 질의에 유보적인 답을 내놨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특검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하고 사안을 접근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일단 여야 안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걸 저희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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