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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언박싱? 우린 '앨범깡'…1030만뷰 강타한 요즘 덕질법

중앙일보

입력

유튜브 채널 'Oh! 메이비'의 '생일카페 준비 브이로그'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Oh! 메이비'의 '생일카페 준비 브이로그'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방탄소년단 한국 콘서트 티켓팅,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 꿀팁들을 얘기해 볼게요.”
“와~이 포카(포토카드) 너무 예쁘지 않아요? 2022년 최고의 소비예요.”
지난 10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BTS(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앞두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이다.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부터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 2000년대 각종 팬사이트까지…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은 늘 있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팬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덕질’이다.

1020 영상으로 ‘덕질’한다

덕질은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발음(오덕후)에 행위를 의미하는 ‘질’을 붙여 만든 단어다. 특정 사람이나 분야를 파고드는 것을 말하는데, 취미·수집과 비슷한 의미로도 쓰인다.
디지털 덕질이 일어나는 가장 대표적인 곳은 유튜브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20대들이 좋아하는 대상을 응원하는 모습을 담은 ‘덕질 브이로그’ 영상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다.
이들 영상은 ‘덕질 브이로그(비디오 블로그)’로 불린다. 아이돌그룹 NCT의 팬(시즈니)이 만든 ‘시즈니로그’, 더보이즈의 팬(더비)이 만든 ‘더비로그’, 스트레이키즈의 팬(스테이)이 만든 ‘스테이로그’ 등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 '갓준'의 '버터 틴케이스 꾸미기'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갓준'의 '버터 틴케이스 꾸미기'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팬들은 마치 샤넬백이 든 박스를 개봉하듯 직접 산 연예인 관련 물건(굿즈·goods)을 개봉하는 언박싱(Unboxing) 콘텐트를 만든다.
또 새로 나온 아이돌 앨범을 열어 무작위로 들어있는 구성품을 확인하는 ‘앨범깡’ 영상, 크기가 작은 기념품을 준등기로 받아 개봉하는 ‘준등기깡’ 등의 영상을 능숙한 솜씨로 제작해 올린다.
이 밖에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반응,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생일카페 방문기 등 흥미로운 주제의 영상들이 팬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되며 ‘팬심’을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한국 문화 알리는 열혈팬들

이런 영상은 해외 팬들을 K팝 가수의 팬층으로 유입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안구정화TV'의 '미국 아미는 어떻게 방을 꾸밀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안구정화TV'의 '미국 아미는 어떻게 방을 꾸밀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일례로 BTS의 팬 ‘앙구’가 운영하는 ‘안구정화TV, Your Korean Friend’ 채널은 앨범과 물건 개봉기, 가수의 단골 가게 방문기 등 BTS와 관련된 콘텐트를 제작해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를 오르골으로 연주한 영상의 경우 11일 기준으로 103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영상에 달린 1만900여개의 댓글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 작성한 것들이다.

유튜브 채널 '마복필'의 'NCT 드림 앨범 언박싱'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마복필'의 'NCT 드림 앨범 언박싱'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스트레이키즈와 NCT 등의 팬 ‘마복필’ 채널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직접 선곡한 K팝 신곡을 노래해 소개하는가 하면, 최근엔 여행지나 화장법 소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관계자는 “최근 K팝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드러나는 콘텐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콘텐트들은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고 영향력을 퍼뜨리는 하나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본인의 개성과 가치관, 좋아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나누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특유의 문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미영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적과 성별, 하는 일에 관계없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공유하는 ‘태그니티(해시태그 커뮤니티)’ 문화가 강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예술·쇼핑 등 많은 분야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취향이 같은 콘텐트를 한곳에 모아 팬덤을 일으키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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