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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버스](장人들)악의 마음을 파헤친… 법영상 분석가 황민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의학이 의학적 상황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라면, 법영상 분석은 이미지를 해부하듯이 분석해 증거를 증거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법영상 분석전문가 황민구 소장. 법영상 분석은 CCTV, 블랙박스 등으로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내고 위변조 여부를 찾아낸다. 황 소장은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반복재생으로 영상 속 진실을 반드시 파악알 수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법영상 분석전문가 황민구 소장. 법영상 분석은 CCTV, 블랙박스 등으로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내고 위변조 여부를 찾아낸다. 황 소장은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반복재생으로 영상 속 진실을 반드시 파악알 수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황민구(40)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사진과 영상으로 범죄를 파헤친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다 이미지가 가진 정보 분석에 매력을 느껴 법영상 분석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현재까지 약 1000여건의 사건 영상을 분석했다. 그는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끝없는 반복재생으로 반드시 영상 속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고 했다.

원형탈모와 구레나룻으로 범인을 잡다

지난 2014년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건설업체 사장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황 소장은 7개월간 주변의 CCTV를 분석하며 사건에 매달렸다. 한 명의 인상착의가 여러 화면에서 반복해 등장했다. “신장과 얼굴의 윤곽선 등을 유심히 계측했는데 특이하게도 원형탈모와 구레나룻이 도드라져 보였어요”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는 특이한 걸음걸이도 한몫했다. “CCTV를 바탕으로 보폭, 걷는 자세, 신발이 지면에 닿는 부위 등을 3D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용의자를 특정했습니다” 신체 정보와 법보행 분석을 통해 범인이 검거됐다. 조선족을 고용한 청부살해. 영화 '황해'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상황으로 발생한 것이다.

카지노에서 손님을 상대로 속임수를 쓰는 장면을 분석하고 있는 황 소장. 장진영 기자

카지노에서 손님을 상대로 속임수를 쓰는 장면을 분석하고 있는 황 소장. 장진영 기자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영상은 손보다 빠르다

도박과 관련한 의뢰도 있었다. 도박장에서 소위 ‘밑장빼기’를 하는지 분석해달라는 사건이었다. “CCTV는 0.03초에 1장씩 촬영합니다. 의뢰인을 속이며 카드를 건네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죠. 카메라를 속이려면 1초에 30번 넘게 움직여야 합니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같은 사례에서 속이는 행위를 할 때 팔이 평소보다 더 넓은 각도로 움직인다는 것도 포착했다.

황 소장이 미제사건 화면을 배경으로 자리했다. 장진영 기자

황 소장이 미제사건 화면을 배경으로 자리했다. 장진영 기자

법영상 분석은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

"모든 사진과 영상에는 고유의 DNA가 있습니다. 법영상 분석은 CCTV와 블랙박스 등에서 추출한 이미지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합니다. 이미지 합성, 수정, 조작 등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요소를 위변조 프로그램으로 감정해 증거의 무결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분석 분야로는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복원, 원본 여부 판독, 촬영 기기 정보 검출부터 영상 속 특정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시뮬레이션하거나 등장하는 피사체들의 크기와 형태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변조된 DNA는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황 소장이 CCTV의 각도를 파악해 화재 사건의 발화 지점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황 소장이 CCTV의 각도를 파악해 화재 사건의 발화 지점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2002년 발생해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으나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폐지로 2015년 재수사를 시작했다. 단서는 현금인출기에 찍힌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의 사진이 전부였다. 유력 용의자들과 대조해보니 눈에 띄는 점이 발견됐다. “쪽 귀 였어요” 용의자의 귀 부분을 360도 촬영해 대조해 동일인을 찾아냈다(용의자는 1,2심에서는 무기징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향후 기술이 발전해 범인 검거를 기대하고 있는 사건도 있다. “2003년 영주 택시기사 살인사건. 용의자가 고속도로 과속 카메라에 얼굴이 찍혔는데 저화질이라 당시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어요” 최근 인공지능을 동원해 인물의 윤곽과 착의 상태 등을 파악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영상 분석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에요. 곧 다른 정보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영주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 고속도로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다. 화질개선으로 얼굴 윤곽선과 착의 상태 등을 파악했다. 황민구 제공

영주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 고속도로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다. 화질개선으로 얼굴 윤곽선과 착의 상태 등을 파악했다. 황민구 제공

지난 2002년 발생한 청주 물탱크 살인사건의 용의자. 인공지능을 이용한 화질개선으로 고화질로 복원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얼굴의 윤곽선을 파악했다. 황민구 제공

지난 2002년 발생한 청주 물탱크 살인사건의 용의자. 인공지능을 이용한 화질개선으로 고화질로 복원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얼굴의 윤곽선을 파악했다. 황민구 제공

보이는 만큼 말하는 것, 그것이 정의

명확한 분석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한쪽은 이기고, 한쪽은 지게 되죠. 의뢰인에게도 항상 고지해요. ‘결과가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고 ” 거액을 제시하며 유리한 결과를 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석 감정서에 있는 사실 그대로만 쓰면 됩니다. 명확한 증거로 법정에 나가 증언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죠. 법영상 분석가의 역할은 증언으로 사건의 진실 규명을 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황 소장이 자동차 번호판 식별과 사건 현장 3D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황 소장이 자동차 번호판 식별과 사건 현장 3D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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