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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독감 같다?…"한달째 아직 아파요" '롱 코비드' 덮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6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롱 코비드'(감염으로 인한 오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뒤로도 피로감, 기억력 저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나타나면서다.

11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1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 확진자가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0대 확진자는 “지금까지 입원해 본 적도 없고 특별한 가족력도 없는데 코로나에 걸린 이후부터 체력이 반 토막 나고 집에만 있는데도 피곤하다”며 “해제된 지 2주 넘었는데 숨 쉬는 게 평소 100이었다면 70, 80으로 줄어든 느낌이고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도 한다”고 적었다. 여기엔 "회복 이후 한 달 넘었는데 아직도 피곤하고 기침, 숨참 등의 증상이 있다”며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한 확진자는 “격리해제 후 일주일을 바라보고 있는데 매일 매일 아프다”고 썼다. 그는 “체력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 숨차고 땀도 평소보다 많이 난다”면서 “격리 기간에도 아팠지만, 후유증이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롱 코비드에 관한 뚜렷한 의학적 정의는 없다. 다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증상이 남아 환자가 고통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회복되고 나서도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하거나 정의에 따라서는 3개월 이상 가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며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post Covid condition)이라고 기술하기도 하는 데 합의된 정의가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증상이 있어야 롱 코비드다’라고 규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 코비드에 대해 “회복됐지만 호흡곤란, 인지장애, 피로감 등을 겪는 것”이라며 “감염 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 최소 2개월간 지속하며, 특정 진단명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세 가지 증상 이외로도 말하는 데 문제가 있거나 지속적인 기침, 흉통, 근육통, 후각·미각 상실, 우울·불안, 발열 등의 증상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보건당국(NHS)은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해 달리 설명할 수 없을 때를 가리켜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post Covid syndrome)’이라고도 지칭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영상.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영상.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의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간 증상이 명백하지 않다가 향후 심정지, 뇌졸중, 심부전, 폐색전증, 심근염, 만성 신장 질환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에는 미국 보훈부 보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코로나 회복 후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감염자 15만여명의 회복 1년 후를 따져봤더니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 불규칙한 심장 박동 등의 위험이 50%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감염 중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을 공격하고 심장과 혈관을 둘러싼 세포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증상이 향후 의료 시스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다만 이들의 감염 시기는 코로나 유행 초기(2020년 3월~2021년 1월)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며,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는 아직 초기 환자들에 대한 것뿐이다. 지난해 국립보건연구원과 경북대병원이 완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41명 가운데 절반 이상(53%, 127명)이 확진 후 12개월 지난 시점에서 집중력 저하, 인지기능 감소, 기억상실, 우울, 피로감 등을 호소했다. 추가 연구를 위해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델타·오미크론 감염 후 완치된 이들 1000명 정도를 모집하고 있다.

롱 코비드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초기 감염 이후 바이러스가 몸 안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거나 코로나19를 앓은 뒤 자가면역반응으로 생긴다는 분석이 많다. 최원석 교수는 “한 가지 질환이 아니고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하는 증상들이라 각각 유발 기전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결코 단순한 호흡기 감염병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롱 코비드를 의료 대응 과제로 삼고 제대로 된 데이터 바탕으로 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심하게 앓았을 때 롱 코비드를 겪을 확률이 올라가고 중추 신경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며 “독감처럼 간단한 병이 아닌 만큼,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앓는 이들을 위해 재활클리닉을 운영하든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증상을 앓는 이들이 어느 정도인지 관련 연구부터 필요하고, 이후 어느 정도의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를 단순한 감기쯤으로 과소평가하는 것도 안 되지만 코로나를 앓은 환자를 1년여 관찰한 결과 대부분은 약물 투여 없이도 증상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무조건 장애가 남는다는 식의 과대평가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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