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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코로나19, 그리고 역병(疫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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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31면

한자의 비밀

한자의 비밀

2022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코로나19의 정확한 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중국에서는 ‘신형관상병독폐렴(新型冠狀病毒肺炎)’이라 표현하고 약칭으로는 ‘신관폐렴(新冠肺炎)’이라고 한다. 여기서 ‘관상(冠狀)’은 바이러스의 형태가 왕관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명명된 ‘코로나’의 영어 의역(意譯)이고, ‘병독(病毒)’은 병을 유발하는 독이라는 뜻의 바이러스를 의역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바이러스(新型コロナウイルス)’로 표기하는데 ‘코로나(コロナ)’는 영어의 ‘Corona’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이고, ‘바이러스(ウイルス)’는 라틴어의 어원인 ‘virus’ 발음에서 따온 듯하다.

이렇듯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할지라도 한·중·일 모두 다른 방식과 형태로 코로나19를 표기하고 있고 이를 통해 외래어를 수용하고 표현하는 각국의 언어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최근에 중국에서는 코로나19를 ‘신관역(新冠疫)’이라는 새 용어로도 표현하는데 이 용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중국에서 새로 등장한 어휘다.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의미하던 ‘新冠’의 끝에 ‘疫’자를 첨가한 것으로 역(疫)은 ‘疒(병들어 기댈 녁)’이 의미부고 ‘殳(창 수)’가 소리부로 ‘전염병’을 뜻하며 반드시 몰아내어야 할 ‘역병(疫病)’을 뜻한다. 그래서 이 글자가 들어간 말은 홍역(紅疫)을 비롯해 두역(痘疫·천연두), 서역(鼠疫·페스트), 호역(虎疫·콜레라) 등 모두 돌림병과 관련된 병명(病名)들이다.

흔히들 우리 신체에 문제가 생겨 아프거나 건강하지 못하면 ‘병(病)’자를 통해 그 상태를 나타내는데, 병(病)의 정도나 범위, 전파 방식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다른 한자어와의 결합을 통해 질병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전염병(傳染病)·감염병(感染病)·역병(疫病)·유행병(流行病)’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들의 개념이나 성격이 모두 같지는 않다. 각각의 상황에 따른 적절한 어휘 선택의 사용이 필요할 것이다.

돌림병은 모두 집단생활과 관련된 것들로 그 역사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졌다. 역사에 남을 초유의 돌림병인 코로나바이러스, 더이상 우리에게 낯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친숙해지고 싶지도 않은 그 이름, 세상에 그 어느 병(病)이 친숙할 수 있겠냐만 이제는 정말 우리와 결별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곽현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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