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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과학자를 함께 그린 이유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79호 21면

그림으로 읽는 서양과학사

그림으로 읽는 서양과학사

그림으로 읽는 서양과학사
김성근 지음
플루토

“사는 데 인수분해가 필요해요?” “철학 전공할 건데 왜 수학을 배워요?”

『그림으로 읽는 서양과학사』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과학과 철학은 애초에 한 몸이고, 문명은 수학 위에 서 있다. 그걸 그림을 통해 보여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은 16세기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학당’으로 시작한다. 그리스식 건축물에 중년의 사내들이 몰려있는 벽화는 알고 보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그리스 철학자와 이슬람 과학자를 천년의 세월을 초월해 한자리에 불러 모은 ‘상상화’다. 구석구석 학자의 특징을 담은 ‘세밀화’이기도 하다.

그림 속 플라톤은 손으로 하늘을,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면을 가리키며 논쟁한다. 수학적이고 초월적 진리 ‘이데아’를 강조한 플라톤과 현실의 변화와 다양성에 주목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손의 모양으로 표현했다.

벽화 왼쪽엔 기원전 500년의 피타고라스가 골똘히 책에 뭔가 적고 있고, 의학과 법학에 두루 능통한 12세기의 이슬람 학자 이븐 루시드는 그걸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스의 고전철학과 과학은 천 년 뒤 아랍의 수학과 과학 발전을 자극했고, 이는 돌고 돌아 다시 르네상스 이후 서유럽 과학혁명의 불을 댕긴다.

라파엘로처럼 저자도 책 곳곳에 과학자의 생생한 삶을 새겨 지루한 과학사에 재미를 더하고 실감이 나게 전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1618년 대법관을 지냈다. 그는 뇌물수수 사건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뒤 과학에 관한 원고를 정리했다. 아이작 뉴턴은 갈릴레이가 숨을 거둔 해에 태어났는데, 런던에서 공부하던 중 페스트가 창궐해 낙향한 18개월 동안 만유인력의 법칙과 미적분에 대한 구상을 했다.

저자는 과학과 다른 학문이 어떻게 연결돼 있고, 공간을 넘어 확산하고 발전했는지 한 줄 한 줄 꾹꾹 눌러 담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속에 담긴 양자역학과 전자공학이 그리스의 자연철학과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실감케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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