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구현한 르네상스 예술, 게임 즐기듯 맛본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3.12 00:20

업데이트 2022.03.1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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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19면

명작과 기술의 접목 

프로젝션 전시실에서는 세 거장의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재생된다. [사진 고양문화재단]

프로젝션 전시실에서는 세 거장의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재생된다. [사진 고양문화재단]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앞 광장을 빙 둘러 몇 시간 줄을 서야 멀찍이 알현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지금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대리석이지만 왠지 따뜻한 체온이 느껴질 것만 같은 부드러운 피붓결, 그 옛날 미켈란젤로가 몰래 성당에 숨어들어가 성모의 옷끈에 새겨 넣은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제작’이라는 서명까지 또렷이 보인다. 그뿐 아니다.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한참 우러러 볼 땐 대충 무표정해 보이는 다비드상과 눈높이를 맞추니 골리앗을 만난 긴장감 탓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데, 눈동자가 하트모양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10일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서 시작된 ‘레오나르도&라파엘로&미켈란젤로- 르네상스 3대 거장 미디어 특별전’에서 해볼 수 있는 경험이다. 서양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세 거장의 걸작 60여점을 색다른 각도로 뜯어볼 수 있는데, 물론 실물 작품들을 공수해 온 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세계를 미디어 기술로 재해석해 관람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몰입형 전시다.

건축가, 디자이너, 공학자, 미술사가가 팀을 이룬 이탈리아 메다르텍(Medartec)이 제작한 콘텐트로,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세 거장 각각의 전시를 하나로 통합해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360도 프로젝션을 이용한 몰입형 공간, 홀로그램,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요즘 핫하다는 기술들을 활용해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바짝 접근했다.

미술 교과서 속 작은 사진으로만 3대 거장의 작품을 구경했던 어린이·청소년이나 미술사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입문 전시가 될 법하다. 르네상스에 대한 소개 영상부터 시작해 3대 거장의 복제화와 3D 프린트로 정교하게 재현된 조각품, 첨단 기술을 이용해 역사적 유산에 생명을 불어넣은 시청각 콘텐트까지 다양한 매체로 르네상스를 되살렸다.

회화에 태블릿을 접근시키면 그림이 살아난다. [사진 고양문화재단]

회화에 태블릿을 접근시키면 그림이 살아난다. [사진 고양문화재단]

전시는 왜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웠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15세기 초, 전쟁과 흑사병으로 중세가 저물고 근대가 싹트던 시대, 인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고대 미술과 건축을 되살리고자 했던 예술운동이 시작된 곳이 피렌체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대가들의 공방이 피렌체에 있었고, 새로운 생각을 가진 유럽의 신세대 예술가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피렌체를 찾았다. 그렇게 피렌체에서 거장들의 가르침을 전수받은 화가들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미술사에 르네상스의 궤적을 새겨 넣은 것. 오늘날 한국까지 건너올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 부활한 엄청난 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부터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피렌체로 당장 날아가고 싶게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세 거장은 홀로그램 기술로 등장한다. 각각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거장들의 성격과 관심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뚜렷이 살렸다.

디지털 복제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증강현실과 결합된다. 움직임이 없는 평면 회화에 태블릿을 들이대면 화면에 그림이 영상으로 재해석되어 나타난다. 저 유명한 라파엘로 ‘시스티나 성모’의 천사들이 날개를 파닥이고, ‘아테네 학당’으로 날아가면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소크라테스 같은 학자들이 차례로 모여드는 식이다. 다빈치가 노트에 그려놓은 대포·전차·탱크 등의 스케치에 태블릿을 비추면 화면에 나타나는 대포를 발사해볼 수도 있다.

360도 프로젝션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실에서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부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라파엘로의 자화상까지,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된 세 거장의 대표작들이 교차되며 르네상스 미술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한다.

VR 체험 공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설계하던 작업장과 르네상스 회화 중 가장 신비로운 작품으로 꼽히는 ‘이상 도시’ 한복판으로 날아간다. 그 옛날 누가 그렸는지 모를 그림 속에만 존재하지만 르네상스 거장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이상 도시’ 여기저기서 거장들의 작품이 솟아오르는데, VR 놀이동산에서 경비행기를 탄 듯 약간의 멀미를 동반한다.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명작에 기술을 접목해 진화한 융합미디어예술을 게임 즐기듯 경험해 보는 전시”라며 “디지털 친화적인 미래 세대가 우리의 아날로그 콘텐트를 창의적 상상력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 영감을 얻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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