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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입체 전망]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 낮출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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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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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놓고 걱정한 적이 없었는데, 가뜩이나 사는 게 팍팍한데 전기료가 오른다니. 그 탈원전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더 늘린다는데, 길게 봐야지.”

20대 대통령선거 하루 전인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음식점에는 50대 남성 3명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음식점 사장인 이모(49)씨는 다른 각도에서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료가 오르면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는 게 아니냐”며 “정부에서 손님들이 소비하도록 해줘야 저희도 사는데, 손님들 표정이 요새 부쩍 어둡다”고 말했다.

다음 달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킬로와트시(kWh)당 6.9원(5.6%) 오르게 된다. 한국전력은 월평균 304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전기료 부담이 195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인상 요인은 복합적이다. 발전에 필요한 연료 가격이 올랐다. 요금 조정의 기준이 되는 2020년 12월~2021년 11월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가 유연탄 20.6%, 천연가스 20.7%, 벙커시유 31.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전기료 인상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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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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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면 전기료는 계속해서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캠프의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재생에너지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한전의 부채가 지난 5년 새 34조원 늘어나 146조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해 전기료를 점차 올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리면 전기료가 오르더라도 인상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19대 대선의 공약이었고, 그해 6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공식화했다. 가동 중인 원전은 멈추고, 신규 원전은 완공을 미루거나 건설을 중단했다. 법적 근거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고리 2호기 등 기존 원전 11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윤 당선인의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첫 행보는 ‘탈원전 반대’였다. 월성원전 수사에 대한 외압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고, 원자력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제시하면서 안보·경제·일자리 정책의 포석을 깔았다. 윤 당선인의 정치적 동력이 탈원전인 셈이었다. 그는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과 이를 위한 기저 발전으로서의 원자력 비중 30% 유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수출 지원 ▶2030년까지 10기의 후속 원전 수출을 통한 일자리 10만개 창출 등을 세부 정책으로 내놨다. 아울러 ▶탄소세 신중 도입 ▶4월 전기료 인상안 백지화 ▶탈원전·태양광 비리 조사 등도 제시했다.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임기 내 40%대로 낮추고, 석탄발전소 가동 상한도 8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석탄의 빈자리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채우게 된다. 윤 당선인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준수하되, 현실성 있는 실천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주한규 교수는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인 30%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윤 당선인은  재생에너지 20%~25%, 석탄+가스 40%, 원전 35%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또 “대선 직후인 4월로 예정된 현 정부의 전기료 인상안은 너무 정치적이라 윤 당선인 측에서 ‘백지화’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에도 난관은 있다. 원전을 수출하고, 관련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원전을 지어야 하는데, 건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외에는 수년 내로 신규 원전 착공이 마땅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예정 부지를 다 없애버려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새로 원전을 지으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한데, 갈등과 조정 속에 윤 당선인 본인 임기 내에 착공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도 문제다. 가동 중인 원전 부지에 저장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윤종일 교수는 “유럽연합(EU)도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조건부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켰다”며 “차기 정부 때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국가 정책을 세우고 법제화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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