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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많이 마시면 무릎 관절염 유병률 1.54배 늘어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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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28면

생활 속 한방

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져만 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3.7% 상승했다. 5개월 연속 3%대 상승이라고 한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다.

이번에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 가격이 10년 만에 올랐다. 맥주의 가격 인상과 더불어 약 8%의 상승이다. 이로 인해 음식점에서 소맥을 즐기기 위해서는 1만2000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자조가 나오는 중이다.

소주 1병 해독에 8~10시간 걸려

술은 경제가 불황일 때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특히나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이 더욱 술을 찾게 되는 듯하다. 지난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1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성인 평균 음주량은 2019년과 2020년에 비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안 그래도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와중에 소주와 맥주의 가격이 오른 만큼 주류를 주문할 때 느끼는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바로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약주(藥酒)’의 개념에서다. 음주량을 적절히 조절함에 따라 건강 관리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반적으로 약주란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마시는 술’을 표현하는 단어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약주란 술 자체를 치료로 사용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의학(醫學)’에서 ‘의(醫)’ 자의 부수 ‘유(酉)’는 술을 의미한다. 정기를 보충하거나 어혈을 풀 때 쓰는 약재 중에는 술에 재었다가 쪄서 조제(주증·酒蒸)하는 경우가 많다.

동의보감에 “술은 뜨거운 성질로 전신의 경락을 운행시키고 우울함을 없애며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적당한 음주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고 정신건강에도 도움된다는 결과가 국내외 많은 연구논문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연구소가 40년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반 잔 정도의 와인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낮추며 예상 수명을 평균 5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일과를 마치고 지인들과 모여 마시는 술 한 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하다. 그러나 다음 날 마주하는 숙취와 나빠진 건강이 그 기쁨을 모두 상쇄시키고 만다. 한의학적으로도 술을 취하도록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장기를 손상해 수명이 줄어든다고 본다.

즉 가격 때문에만 절주하는 것이 아니라 술은 즐기되 이 기회를 빌려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즐기는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음주로 발생한 질환 치료에 지출되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규모만도 지난 2020년 기준 3조2221억원에 달한다. 과도한 음주는 자신의 몸을 망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 질환, 심장 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음이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잦은 음주는 관절질환까지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며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단백질을 소모하는 탓에 관절 주변 조직들이 약화한다. 특히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는 음주 후 구토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독성물질로서 척추나 관절로 가는 혈액의 흐름과 영양공급을 방해해 각종 근골격계 질환 및 근육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2020년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BMC Public Health’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 7165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의존도와 관절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무릎 관절염 유병률이 약 1.54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에 관절통을 겪던 환자나 술자리가 끝난 다음 날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라면 무릎 관절이 보내는 전조증상을 파악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릎 관절염의 초기 증상으로는 무릎을 굽힐 때마다 관절에서 나는 소리와 열감, 붓기가 있다. 무릎 통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염 등 무릎 질환자에게 추나요법과 함께 약침, 침, 한약 등을 병행하는 한의 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우선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놓아 염증 제거와 손상된 조직 회복을 돕는다. 여기에 침과 뜸치료를 더해 경직된 인대와 근육을 이완시킨 이후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무릎 관절 주변부의 균형을 교정한다.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도 병행해 관절에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연골 보호 효과를 높인다.

배·감 먹고, 온수 샤워로 풀어야

술을 적당히 즐기는 것도 좋지만 술자리 이후 최대한 신체적 부담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숙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은 수분을 틈틈이 보충하는 것이다. 땀과 소변을 통해 체외로 알코올을 배출시키기 위함이다. 술을 마시는 중간마다 물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도 물을 계속해서 마셔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주와 음주 사이의 간격을 멀리하여 간을 쉬게 해주는 습관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소주 1병을 해독하는데 보통 8~10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술을 마시고 약 2~3일이 지나야 간이 제 기능을 회복하므로 간격을 두고 술을 마실 것을 조언한다.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과일 중에서도 단연 추천하는 것은 배다. 배에 함유된 많은 수분이 알코올의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또한 배가 가진 시원한 성질은 술로 인해 생긴 열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C가 풍부한 감도 음주로 인한 속 쓰림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귀가 후에 몸이 달아오른다고 해서 찬물로 샤워하면 근육이 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온수로 전신을 풀어주고 자연스레 알코올이 땀으로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람들과 약속을 잡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그만큼 술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무조건적인 절주를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다. 그 전에 본인의 주량을 조절함으로써 건강에 약이 되는 약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결국 문제는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음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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