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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기자” BTS, 팬데믹 종말 고하고 ‘해방’ 외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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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16면

864일 만의 대면 콘서트 관람기

2년 5개월 만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초대형 LED와 함께 공연 예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사진 빅히트뮤직]

2년 5개월 만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초대형 LED와 함께 공연 예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사진 빅히트뮤직]

“꿩 대신 닭이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꿩을 먹지 못한다면 닭이라도 먹어보자.”(진)

지난 6일 방탄소년단 공식 브이라이브에서 멤버 진이 한 말이다. 콘서트장에서 함성과 기립이 금지된 초유의 사태에 ‘함성 대신 박수로 만족하자’는 다짐이었다.

10일 저녁 7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864일 만에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의 ‘닭’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하이브가 관객 모두에게 나눠준 종이짝짝이 ‘클래퍼’는 마치 국악기 ‘박’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소리를 냈는데, 팬데믹을 거치며 진화한 공연 문화의 상징이었다. 시작 전 만난 10대 팬 박수연씨도 “함성을 못질러 아쉽지만 ‘소우주’를 클래퍼로 떼창하는 순서가 가장 기대된다”고 했고, 공연 말미 ‘아미 타임’이 되자 LED패널에 노래방처럼 표시되는 가사를 따라 묵묵히 클래퍼로 박자를 맞추는 1만5000명의 아미들은 마치 지긋지긋한 팬데믹에 비언어 시위를 하는 듯 했다.

▲ 영상 제공/출처 : 빅히트 뮤직

2019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BTS 월드 투어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처음 열린 이날 공연은 RM의 표현대로 “역사에 남을 콘서트”였다. 방역지침 탓에 주경기장 수용 인원 6만5000명의 4분의 1도 못 채웠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 이런 대형 공연이 열린 것부터 처음이다.

기술·예술·엔터테인먼트 완벽한 만남

2년 5개월 만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초대형 LED와 함께 공연 예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사진 빅히트뮤직]

2년 5개월 만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울’. 초대형 LED와 함께 공연 예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사진 빅히트뮤직]

팬들은 이른 오후부터 모여들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30대 팬 한아미씨는 “좌석수는 적은데 오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 티켓팅이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20만명 대기’가 떠서 거의 포기했는데 26분 만에 잡힌 순간 기적이다 싶었다. 다시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제발 이게 좋은 시작이었으면 한다. 멤버들에게 그동안 너무 그리웠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전날 생일을 맞은 슈가(민윤기)를 위해 준비한 ‘윤’ ‘기’라는 글자가 적힌 부채를 건네며 세리모니 동참을 권했다.

시작 20분 전부터 팬들은 방탄 마중에 나섰다. 일제히 공식 응원봉 ‘아미밤’을 꺼내 공연장 전체를 보랏빛으로 물들였고, 예고편처럼 ‘퍼미션 투 댄스’ 연주음악이 흘러나오자 약속이나 한 듯 곡의 리듬에 박자를 딱딱 맞춘 클래퍼 소리가 마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같았다. 핫팩이 필요할 만큼 쌀쌀한 날씨였지만, 클래퍼를 내려칠 때마다 심장도 ‘바운스바운스’ 속도를 높이며 거짓말처럼 추위가 사라졌다.

초대형 LED에 머그샷 콘셉트로 촬영한 인트로 영상이 흐르다 불꽃이 터지며 ‘위 돈 니드 퍼미션(We don’t need permission)’이라는 메시지를 뚫고 철창 뒤로 흰색과 붉은색 의상을 입은 멤버들이 나타나 첫 곡 ‘온(ON)’을 불렀다. 2020년 예정됐던 월드 투어가 취소되면서 관객들 앞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맵 오브 더 소울: 7’ 앨범의 타이틀곡을 대규모 군무진과 함께 메가톤급 퍼포먼스로 펼쳐낸 것.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문을 연 콘서트는 팬데믹에 종말을 고하는 축제 같았다. 앨범 단위의 콘셉트로 구성해온 과거 콘서트와 달리, 방탄의 모든 곡을 후보로 놓고 멤버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고른 주옥같은 세트리스트였다. ‘불타오르네’ ‘쩔어’ 등 초창기 대표곡들을 부른 뒤 멤버들은 “5개월 전에는 여기서 객석에 카메라만 놔두고 콘서트를 했는데, 아미분들 계시니까 너무 설렌다”(뷔) “2년 반 만에 함께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많이 기다렸고 설레고 많이 긴장했지만 함께 즐겨보자”(슈가)고 팬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돌도 이쯤되면 예술이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다. 현대무용에 가까운 색깔있는 안무와 시적 메시지를 품은 노랫말의 울림으로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의 경계를 흐려온 게 그들이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는 첨단 미디어 기술까지 더해졌다. 팬데믹 이후 기술과 예술, 엔터테인먼트가 하나로 뭉쳐지고 있는 공연예술의 최전선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하이브 측은 “지난 2년간 비대면 상황에서 도입해온 기술보다 팬과의 만남 자체에 집중했다”고 밝혔지만, 공연 문법의 진화는 숨길 수 없었다. 야구장 전광판보다 커 보이는 초대형 LED 패널 2대와 상하전후 전환되는 가변형 이동식 LED가 그 중심에 있었다. 해외에서도 U2·비욘세 등 빅스타의 대규모 투어에서 구현하는 사이즈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 위 멤버들의 모습을 고화질로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방탄 콘서트 사상 가장 큰 LED를 설치했다”는데, 단순히 멤버들을 크게 비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투트랙 무대

응원용 박수 도구 ‘클래퍼’.

응원용 박수 도구 ‘클래퍼’.

아날로그 BTS와 디지털 BTS의 투트랙 콘서트랄까. 무대에서 펼쳐지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장르의 퍼포먼스 뒤로, 곡마다 이들의 지금 이순간을 재료 삼은 거대한 미디어아트가 한 편씩 생산됐다. 멤버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유기적으로 변하는 ‘실시간 그래픽 렌더링’, 그래픽에 실제적인 공간감까지 느껴지는 ‘아나몰픽 일루젼’ 등의 기술이 적용돼 곡마다 차별화된 볼거리에 눈을 뗄수 없었다. ‘라이프 고즈 온’을 부르며 무대를 거니는 멤버들이 LED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클로즈업되어 박제되고,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를 때는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연작처럼 무지개빛 필터를 거쳐 복제되는 식이다. ‘홈’을 부를 땐 밤하늘 별처럼 쏟아지는 아미들의 이름 속에 멤버들을 풍덩 빠트려 버렸고, ‘아이돌’을 부를 땐 어느새 경복궁 근정전 안에서 춤추고 있었다.

압권은 ‘윙즈’ 순서였다. 멤버들이 오렌지색 이동차를 나눠 타고 주경기장을 반대 방향으로 크게 한바퀴씩 돌며 무대와 먼 좌석의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 동안, LED에 비친 멤버들은 광활한 우주나 바다를 그린 프레임 안에서 노래하고 춤출 뿐이었다.

첨단 공연예술의 최전선에서 이들이 외치는 건 ‘해방’이었다. 시그니처인 칼군무를 넘어 자유롭게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퍼미션 투 댄스’를 부를 때, 이제 우리가 지긋지긋한 팬데믹으로부터 비로소 해방되고 있다는 실감, 아니 해방되어야 한다는 외침이 전해졌다.

“2년 반 동안 여러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면서 잘 못지냈는데, 오늘 여러분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가셨다. 관객 여러분과 가수가 한자리에 있어서 공연이라는 걸 느꼈다”(제이홉) “소리도 못내셔서 어쩌지 걱정했는데 클래퍼 소리에 마음이 다 풀렸다. 그동안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들이 다 없어진 것 같고 이제 고향에,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같은 느낌이다”(지민) “2년 반이 체감은 23년인 것 같다. 오늘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 행복한 날들 많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다”(정국)라는 멤버들의 엔딩 멘트에도 해방감이 물씬했다.

앵콜곡을 부르고도 한참동안 퇴장하지 않고 서로 업어주기도 하며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2년 반 동안의 우울한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소년들에게도, 그리고 터질 듯한 심장 바운스로 이들을 맞아준 아미들에게도, 짜릿한 해방의 밤이었다.

언택트 공연의 교과서, 온라인 라이브는 계속된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공연장의 바운더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공연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10일과 13일 공연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동시 진행되고, 12일 공연은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 세계 60여 개국 영화관에서 생중계된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꾸준히 방법을 찾았고, 팬데믹 변곡점에 빠르게 대처해온 이들의 도전은 그대로 언택트 공연의 교과서가 됐다.

◆ 방탄소년단 최초의 언택트 공연, ‘방방콘’(2020년 4월)
과거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 무료 공개. 위버스 플랫폼에서 블루투스로 전 세계 50만개의 아미밤 연결해 마치 공연장에 있는 것과 같이 느끼도록 연출. 24시간 동안 162개국에서 조회수 5059만 건,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24만 명 기록.

◆ 본격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시작, ‘방방콘 The Live’(2020년 6월)
최초의 유료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 6개 화면 동시 제공, 원하는 앵글 선택해 볼 수 있는 멀티뷰 서비스 적용으로 단조로움 타파. 총 107개 지역에서 시청, 최고 동시 접속자 수 75만6600여 명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최다 시청자 기네스 기록.

MOS ON:E

MOS ON:E

◆ AR·XR 기술로 볼거리 극대화, ‘MOS ON:E’(2020년 9월·사진)
관객 몰입도 높이기 위한 최신 기술 전격 활용.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기술, LED화면에 팬들의 얼굴 보이고 ‘떼창’과 함성 구현한 ‘아미온에어’ 시스템 도입. 191개국 99만3000명 관람.

◆ 객석 모니터 설치로 오프라인 분위기 조성, ‘MUSTER 소우주’(2021년 6월)
팬데믹에 지친 세상 위로하는 축제 콘셉트로 페스티벌 규모의 야외무대 조성하고 사전녹화 없이 올 라이브 방식으로 진행. 객석에 대형 모니터 설치하고 ‘아미인에코’ 기술로 팬들 음성을 공연에 입혀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 구현.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2021년 11월~)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스트리밍, 별도의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을 시청할 수 있는 라이브 뷰잉 병행. 무대 위 아티스트 에너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초대형 LED, 공연 전 리허설 모습 공개하는 ‘사운드 체크’ 이벤트로 접점 넓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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