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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입체 전망]자영업·소상공인 숨통 트이고, 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주식 공매도 개선도 속도낼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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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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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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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소득이나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런데 집값·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은 커졌다. 최저임금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쳤다. 자영업자와 같은 소상공인 상당수는 직원을 내보내고 대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금리마저 상승세다. 최근에는 물가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는 12.86%로 2000년(13.29%) 이후 최고치다. 엥겔계수는 가계의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시대, 살림살이는 좀 나아질까.

최우선 정책 코로나19 손실보상

우선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은 다소 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곧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50조원을 한 번에 투입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코로나 피해 보상에 집중하겠다”며 시기도 못 박았다. 윤 당선인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코로나19 손실보상 대책이 1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2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대선 과정에서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약속한 만큼, 국회가 윤 당선인의 추경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대규모 추경에 따른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새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등 재정건전성 확보 마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재정 정상화 노력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또 다른 관심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 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에서야 꺼낸 ‘MB식 물가관리’(이명박 정부가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특별관리)가 더 촘촘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급등 등 대외적 요인이 큰 만큼 정부의 물가 억제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휘발유와 공공요금이 오르는 판에 자영업자의 가격 인상을 무조건 억누를 수도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정부가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물가가 4% 정도 나오면 우리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물가 상승)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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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세 완화 추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집값은 금리, 대출 규제, 신규 주택 공급,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사상 최저 금리에 따른 영끌 대출과 공급 부족이 모두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상황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시중 금리가 오름세다. 윤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주택 공급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집값 안정을 위한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다. 시장은 대세 하락기 조짐을 보인다.

그렇다면 집이 있는 유주택자의 살림살이는 어떨까. 윤 당선인은 “집 한 채 있다고 부자냐”면서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해 왔다.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세금이 확 줄기는 어렵다. 종부세율을 낮추려면 국회 벽을 넘어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은 ‘공시가격 동결’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등 보유세의 과세표준을 낮추는 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하면 세율을 조정하지 않아도 보유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세율 인상과 함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해 종부세 부담을 확 끌어 올렸다. 윤 당선인 대선캠프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문재인 정부 종부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았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종부세 위헌 소송을 이끌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처럼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한 세금 편법 인상 등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사안 중 일부라도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종부세는 급속히 쪼그라들 수 있다. 2008년 헌재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2007년 48만명이던 종부세 납세자는 2009년 21만명으로 급감했다. 종부세수도 같은 기간 2조7600억원에서 9600억원으로 줄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윤 당선자의 종부세 재산세 편입은 시장을 정부가 통제하기보다 시장에 맡긴다는 측면에서 지금보다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주택임대사업자제도 폐기(아파트) 등으로 코너에 몰렸던 다주택자는 운신의 폭이 다소 넓어질 것 같다. 현재 다주택자는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로만 양도차익의 최대 75%를 물어야 해 보유하기도, 처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어 전면 재검토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일시 유예’ 카드를 꺼내 든다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유세기간 중과세 일시 유예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면 양도세 중과세를 비롯해 대출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감면은 그 이전에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 관리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양도세 인하에 협조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논란이 일었던 신규 주택 공급은 공공 주도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민간 주도의 도심 재개발·재건축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가능 연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정부가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도심 정비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다. 당장 시장에서는 서울시의 층수 규제 완화 등과 맞물려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규제를 풀면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상승할 수 있지만,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분양가상한제 등 국회 벽을 넘어야 하는 규제를 풀지 못하면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부동산개발회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재초환 등의 규제가 남아 있는 한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재건축아파트값 급등→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투기 수요 억제책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서울 한강변 재건축 단지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금리가 상승세여서 과거처럼 급등하긴 힘들지만 서울은 특히 입주 물량이 적기 때문에 재건축은 물론 서울·수도권 일반 아파트도 우상향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주거비 부담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주택 공급 지연과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촉발된 전·월셋값 급등은 새 정부에서도 당장 손을 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푼다고 해도 곧바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는 아직 착공도 못 했다. 윤 당선인은 문제가 많은 임대차 3법을 손보겠다고 했지만,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작지 않지만 이미 시행 2년이 다 돼 가는 만큼 원점으로 되돌리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면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면, 부분 개정을 통해 보완장치를 마련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전셋값을 인상하지 않는 임대사업자에게 정부가 세제상 혜택을 늘리는 식이 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3법 역시 헌재에서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 법의 존립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폐기한 주택임대사업자제도 부활 등을 통해 전·월세 매물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주52시간제 탄력 적용

윤 당선인은 ‘노동 유연성’과 ‘규제 개혁’을 공약했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대대적 수정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업종별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로제 탄력 적용을 약속한 만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7일 경기도 안양시 유세에서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서 월급 올리라고 하면, 저 4%(강성노조)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로 역시 손 볼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근로시간 등에 대한 노사의 자율 결정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주성 수술에 대한 노동단체의 반발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기업 규제의 폐기·완화도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기업 활동을 제약해 온 80여 개 규제를 즉시 폐지하고, 최소 규제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공약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소득·법인세 감면 확대 공약이다. 재정 적자가 커지는 상황과 자칫 ‘부자 감세’라는 역풍이 휘몰아칠 수 있는 이슈임을 감안하면 감세 약속 실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 혁파와 법인세 감면 등이 기업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민주당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 폐지

1000만명에 이르는 주식 투자자에게도 반가운 공약이 있다. 윤 당선인은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개인 투자자 보호 강화, 공매도 제도 개선, 자본시장 질서 확립 등을 공약했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의제인데, 이 중에서도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기관·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05%이지만 개인투자자에 적용되는 담보비율은 140%다. 빌려 온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 기간 역시 개인은 90일이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무제한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만을 가졌던 것도 이 때문인데, 이 같은 제도적 불균형은 시정이 이뤄질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또 이와 함께 불법 공매도를 주가조작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하고,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자동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 투자에 대해 연간 5000만원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편 윤 당선인은 암호화폐 투자 수익도 5000만원까지는 완전 비과세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은 암호화폐로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내면 20%를 세금으로 내야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평균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이른다. 윤 당선인은 ICO(암호화폐 상장)에 대해서도 단계적 허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법제화되고 ICO가 허용되면 현재의 주식 시장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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