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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습기 살균제' 사망·중증 피해 지원액 확대…2차 조정안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공론화 10년째가 된 지난해 여름 열린 참사 관련 촛불집회. 뉴스1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공론화 10년째가 된 지난해 여름 열린 참사 관련 촛불집회. 뉴스1

11년 동안 미해결 상태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2차 조정안이 나왔다. 피해 구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가 지난달 초안을 마련한 지 한 달 만이다. 이번 수정안은 사망자와 중증 피해자에게 최대 수천만 원씩 추가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는 여전히 "오랫동안 겪어온 고통의 대가라기엔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망·초고도 지급액 최대 수천만원↑ #피해자들 "저연령대 등 더 지원해야" #참사 조정 최종안, 이달 말 발표될 듯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 이후 참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식 합의는 사실상 전무했다. 지난해 10월에서야 정부가 빠진 민간 차원의 조정위가 꾸려졌고, 약 4개월 만에 조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사망자에겐 최대 4억원, 최중증 환자에겐 최대 4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정위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자·기업 양측 의견을 수렴한 뒤 2차 조정안을 정리했다. 그리고 11일 피해자·기업 측과 3자 회의를 열어 이를 공유했다.

지난 1월 10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난 1월 10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유족에 최소 2억원, 최중증엔 가중치

중앙일보가 입수한 2차 조정안에 따르면 연령별로 1억5000만~4억원이던 사망자 유족 지원금이 2억~4억원으로 바뀌었다. 사망 당시 60세 이상은 2억원, 0~19세는 4억원을 받는 식이다. 초안에서 고령 사망자 조정액이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경도' 피해자(1억1500만~1억7500만원)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변화다.

폐 이식 등을 받아야 할 정도인 초고도(최중증) 피해자에 대한 지원액도 높였다. 당초 3억5800만~4억8000만원(연령별 차등)이었지만 미성년 중심으로 가중치 적용하면서 지원금을 더 주는 쪽으로 변경됐다. 많은 치료비가 필요한 저연령층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이다.

금액은 8392만원~5억3522만원으로 세분화해 어린 피해자가 제일 많이 받고, 80대 이상 고령 피해자가 덜 받는다. 여기에 더해 간병비 지급 대상자는 향후 5년치를 일시금으로 따로 주고, 폐 이식 등이 시급한 고액 치료비 지급 대상자에게도 3000만원을 더 주기로 했다.

초고도 피해자 외에도 피해 등급별(초고도-고도-중등도-경도-경미-등급외)로 비슷한 조정이 이뤄졌다. 다만 단순노출자 지원금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다. 사망 피해자 중 가습기 살균제의 사인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람은 3000만원을 받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저연령대·사망자 지원 늘려야" 목소리도

이번 수정안엔 사망·중증 피해자 지원이 조정되는 등 피해자 요구 사항이 일부 담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망자 지원금이 부족하고 오랫동안 피해를 겪게 될 저연령층에 대한 조정액도 적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대 지원금만 보면 액수가 많아 보여도 실제론 적은 금액을 받는 피해자가 많다는 주장이다. 또한 70대 이상 피해자는 초안보다 지원금이 상당폭 줄었다. 향후 치료비 전액 실비 처리나 영유아 연령을 피해 입을 당시로 적용해달라는 요구도 수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2년 전 중증 폐 질환에 걸린 부인을 잃은 유족 김태종씨는 "사망자는 경도, 중등도를 거쳐 가장 심하게 아픈 최고도 상태에서 숨진다. 그런데 경증 피해자보다 조정액이 낮은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다 최고도 수준으로 배상하진 않아도 최소한 고도 단계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출범식. 가운데는 김이수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출범식. 가운데는 김이수 위원장.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 후 11년

이달 말 최종 발표…3달 내 50% 동의 필요

조정위는 11일 3자 회의 이후 피해자·기업 양측의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최종 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2월 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하려고 했지만,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리면서 예정보다 한 달 정도 미뤄졌다. 11일 회의에서도 양측 간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에 따르면 조정액 등에서 양측 입장이 엇갈리지만, 기타 사항은 대부분 확정 단계다. 조정에 참여한 살균제 제조·유통 9개 기업의 재원 분담은 현행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상 구제급여 분담 비율과 동일하게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조정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것 외엔 아직 공식적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피해 구제 신청자는 7666명이며, 이 중 1742명이 숨졌다. 조정 대상자는 신청 철회자, 노출 미확인자, 개별 기업 합의자를 제외한 7027명이다. 이들 피해자의 절반이 3개월 이내에 동의하면 조정안이 성립된다. 조정안에 동의하는 피해자는 기업에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서'와 정부에서 지급 중인 구제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신청 철회서'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조정위 관계자는 "피해자로선 법적 구제급여와 이번 민간 조정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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