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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윤석열 축출 앞장섰던 '秋의 검사들'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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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性)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별장 주인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면담보고서에 “윤석열도 알고 지냈고 원주 별장에도 온 것 같다” 등의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규원(45·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증을 수령한 날 사표를 냈다.

이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사표 제출 소식을 알렸지만, 11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그의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지난 1월 이 검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청구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중징계 절차가 진행 중일 땐 퇴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검사는 기소와 징계 모두 걸려 있지 않나.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그 자체로 면직 사유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사표가 수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를 실행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이 검사는 “허구적 기소”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Law談 스페셜…윤석열 당선後 ② 검찰 후폭풍

이성윤 서울고검장(左)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右). 연합뉴스·뉴스1

이성윤 서울고검장(左)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右). 연합뉴스·뉴스1

이 검사처럼 사표를 내진 않았지만, 그와 같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악연으로 얽힌 검사들이 적지 않다.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갈등 속에서 추 전 장관 편에 서서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던 검사들이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심재철(53·27기) 서울남부지검장이다. 2020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오른 그는 대검 반부패부장일 당시 보고받은 ‘판사성향 문건’을 추 전 장관에 제보하고 윤 당선인에 대한 감찰·수사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판사성향 문건 작성 혐의는 윤 당선인에 대한 6가지 징계 사유 중 하나였다.

심 지검장은 당초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위원이었다가 회피 후 증인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등 ‘1인 다(多)역’으로 불렸다. 그는 같은 해 12월 징계위에서 “(판사성향) 문건을 받자마자 격노했다.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내는 한편, 지난해 7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역시 징계위 때 김관정(58·26기) 수원고검장과 함께 윤 당선인에 불리한 진술서를 낸 이정현(54·27기)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같은 재판에서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방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당선인 징계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불리한 진술을 한 간부 중엔 한동수(56·24기) 대검 감찰부장도 있다. 한 부장은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쿠데타’(3월 19일)와 ‘쇼’(4월 2일)라는 단어가 포함된 발언, 제 귀로 똑똑히 들었다. ‘음성파일 관련 언쟁’(4월 2일), 제 입으로 주고받았다. ‘특별한 행동들’(4월 2일)을 제 눈으로 봤고 몸으로 느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17일에도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 징계 재판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제가 직접 경험하고 기록해 놓은 여러 사건의 본질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하여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쓴 그는 이번엔 “역사의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적었다.

2020년 12월 1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직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현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2020년 12월 1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직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현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검찰과장으로 실무를 챙긴 건 박은정(50·29기) 성남지청장과 김태훈(51·30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다. 박 지청장은 감찰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보고를 건너뛰고, 당시 감찰담당관실 소속 이정화 검사에게 “윤 당선인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성남지청장으로 있으면서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김태훈 4차장검사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검찰이 대장동 비리를 완전히 덮었다”고 비판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다.

채널A 사건 수사로 윤 당선인과 부딪힌 뒤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1년 6개월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거부하다 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60·23기) 서울고검장, 채널A 사건 녹취록을 KBS에 허위제보했단 의혹을 받은 신성식(57·27기) 수원지검장, 윤 당선인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받았다고 주장해 온 임은정(48·30기) 법무부 감찰담당관(※공수처는 지난달 9일 윤 당선인에 무혐의 처분) 등도 대표적인 ‘반윤(反尹)·친여(親與)’ 인사로 꼽힌다.

다만 신 지검장의 경우 윤 당선인 징계위 때 징계위원으로 참석해 6가지 징계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고, 지난해 3월 4일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퇴임할 땐 친여 성향의 다른 대검 참모와 달리 대검 청사 1층 로비에서 작별의 악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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