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남편 고발·이혼소송 한번에…'주치의 같은 판사' 尹 이 공약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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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7세 A군은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시던 중, 몸을 가누지 못하는 15세 여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 법정에 선 A군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주어진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①소년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고, ②일반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죄질이 나쁘고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원은 일반 형사 사건처럼 심리하고 실형을 선고한다. 반면 엄한 형사 처벌보다는 적절한 보호와 교육을 통해 다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재판부는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나 지방법원 소년부로 보낸다. 소년부 판사는 1호에서 10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호관찰처분,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처분 등이 있다.

이렇게 A군은 지방법원의 형사재판부와 소년부를 한 차례씩 거쳤다.만약 소년부 판사가 보기에 A군에게는 소년부 보호처분보다 강경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범죄소년이었다면 어떨까?

#2. B씨는 아내의 직장이나 자녀의 집, 처가 식구들에게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목을 조르는 등 가정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몇 년 전에도 가정 폭력으로 수차례 처벌을 받았지만, 범행은 계속됐다.

B씨의 아내는 고소와 이혼을 결심했고, 가정폭력 형사 재판과 이혼 소송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다. 또 자녀들과 자신에게 B씨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필요했다. 결국 B씨의 아내는 경찰과 검찰에서 진술하고, 형사재판에 나가 증언하고, 이혼소송 당사자 신문에 가고, 양육권과 관련해 법원 조사를 받는 내내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했다. B씨와의 원치 않은 접촉도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정의 '주치' 법관…통합가정법원 개편 공감" 

A군에게 소년 보호 처분을 내릴지, 더 무거운 형사 처벌을 내릴지 처음부터 한 법원에서 깊이 있게 판단한다면 어떨까? B씨 아내의 이혼 소송, B씨의 형사 재판, B씨 자녀의 아동 보호 사건을 한 판사가 유기적으로 심리한다면 어떨까?

이처럼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가족 관련 사건을 통합해 심리하는 '통합가정법원'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대두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통합가정법원 공약 소개란. [공약집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통합가정법원 공약 소개란. [공약집 캡처]

통합가정법원의 핵심은 '원 패밀리, 원 저지(One family, One judge)'로 꼽힌다. 한 명의 판사가 한 가정 내 형사, 가사, 이혼 등의 사건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러 사건이 얽힌 한 가정을 한 명의 판사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피해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우근 변호사(법무법인 동진)는 "보호와 처벌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그동안 분리돼 있어,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거나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통합가정법원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가해자 역시 법원 판단에 따라 형사 법정과 가정법원을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범 사후 관리,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등 법정 밖에서도 당사자를 돕고 관리하는 것 역시 통합가정법원의 과제다. 전경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2018년 스페인 여성폭력특별법원을 분석한 논문에서 "통합가정법원의 도입과 가정폭력의 예방, 피해자 보호는 판사 1인이나 법원 조직만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수사기관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법원 내부 가사조사관 등 여러 직역이 한 팀이 돼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과 연계하는 피해자 보호시설과 소년범 위탁시설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 지원도 절실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원지법 학업중단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 모습. 중앙일보

수원지법 학업중단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 모습. 중앙일보

"우리나라 회사 간 분쟁도 영국 법원으로…해사 법원 이제는 생겨야" 

부산 해운업계와 법조계가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립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해 5월 연 기자회견. 연합뉴스

부산 해운업계와 법조계가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립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해 5월 연 기자회견. 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해사전문법원 신설 공약 역시 국회에서는 수차례 논의됐던 사안이다. 선박 건조, 해상 운송 계약이나 해양 오염 등 해사 관련 분쟁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는 해사전문법원이 없어 영국 등 외국 법원에 의존하고 있다.

성우린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해상항공팀)는 "우리나라 해운사끼리 분쟁이 생겨도 영국 변호사를 고용해 영국 법원에서 다퉈야 하는 등 지나치게 큰 비용을 지출해왔다"고 지적했다. 해사전문법원이 생기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선박 침몰 사건 등 해상 사건도 보다 전문적으로 심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해사법원 유치를 두고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된 데다 법원을 새로 만들 만큼 사건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관련 분쟁이 점차 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동안 해사 사건이 제대로 분류돼 있지 않아 사건 수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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