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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포위·호남 30%·10%p차 완승…이준석 호언장담 다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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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실패한 전략, 이준석 사퇴하라.”

“혐오와 갈라치기 외에는 아무 전략이 없었던 대표, 민주당 X맨인 줄 알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대통령 당선인으로 결정된 10일,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엔 이준석 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줄이어 올라왔다. 윤석열 당선인이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겨우 0.73%포인트 차의 신승으로 끝나자 그 책임 추궁이 쏟아진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尹, 20~50대 여성에서 모두 져

이들이 이 대표를 비판하는 근거 중 하나는 청년층 포섭 전략의 실패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했던 20·30세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이들의 지지와 국민의힘의 강고한 지지층인 60대 이상의 지지를 결합하는 소위 ‘세대포위론’을 주요 전략으로 강조해왔다. 40명의 청년보좌역 임명 등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는 “20·30세대가 젠더와 공정 이슈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청년층 지지를 자신해왔다.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뉴스1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세대포위론’ 전략은 실제론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30대에선 윤 당선인이 48.1%,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6.3%로 박빙이었다. 20대(18·19세 포함)에선 오히려 윤 당선인이 이 후보에 47.8% 대 45.5%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의 자신감과 달리 청년층의 ‘윤석열 쏠림’ 현상은 없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공약이 여성층의 반발을 사며 오히려 역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예컨대 출구조사에서 20대의 경우 남성은 58.7%가 윤 당선인에게 표를 줬지만, 여성은 반대로 58.0%가 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50대 여성 모두에서 윤 당선인이 이 후보에 뒤졌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일부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만 보고 선거 전략을 짰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젠더 문제에 접근할 때 젊은여성들에게 좀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선거대책본부 대변인도 “젠더 갈등이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남, 30% 목표했지만 12.9%에 그쳐 

'열정열차'를 타고 호남 지역을 순회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전 전남 보성역에 도착, 지지자들이 건넨 녹차를 음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정열차'를 타고 호남 지역을 순회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전 전남 보성역에 도착, 지지자들이 건넨 녹차를 음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자신감을 보였던 호남 표심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끝났다. 이 대표는 직접 호남에 여러차례 방문하며 ‘이준석식 서진(西進)정책’을 폈다. 이 대표는 대선 당일인 9일 윤 당선인의 호남 득표율에 대해 “20%는 당연히 넘을 거고, 30%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광주 12.7%, 전남 11.4%, 전북 14.4%에 그쳤다. 호남 전체로는 12.9%였다. 과거에 비해선 높은 득표율이지만, 이 대표의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 수치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윤 당선인에게 호남에서 역대 보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주셨다”면서 “목표했던 수치에 미달한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녁엔 광주를 찾아 감사의 뜻을 담은 퇴근인사를 했다.

전체 판세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일, 지난해 12월 ‘당무 보이콧’을 선언하고 돌연 지방으로 떠나며 당내 잡음을 일으킨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대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으로부터 축하꽃다발을 건네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대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으로부터 축하꽃다발을 건네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입지 좁아지나

이번 대선 결과를 계기로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다시 복귀하고 있는 점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당선인은 ‘윤핵관’ 3인 중 한 명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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