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 12시간 휴전 중 산부인과·어린이병원 폭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대피 통로를 열기 위해 12시간 동안 공습을 멈추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민간 시설인 병원을 폭격했다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군이 이날 오후 5시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을 폭격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여성과 어린이 다수가 건물 잔해에 깔려 있어 정확한 사상자가 즉시 파악되지 않았다고 WSJ가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인도주의 통로 개방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의 구급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9일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동에서 한 임산부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이날 포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피란민을 위해 12시간 동안 인도주의 통로를 개방하기로 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구급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9일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동에서 한 임산부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이날 포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피란민을 위해 12시간 동안 인도주의 통로를 개방하기로 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AP=연합뉴스]

마리우폴 시의회는 “병원이 여러 차례 공습을 받아 심각하게 파괴됐다”며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은 건물 외벽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내부를 담은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어린이 병원이 왜 러시아에 위협이 되느냐”며 “산부인과 병동을 파괴하는 건 인종학살”이라고 분개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공습을 “야만적”이라고 규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연약하고 무방비인 사람들을 목표물로 삼는 것만큼 타락한 건 없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병원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환자들과 직원들을 내보내고 진지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개전 뒤 지금까지 마리우폴에서만 적어도 1170명의 민간인이, 전국적에서 67명의 어린이가 각각 숨졌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10일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과 수미 등 8개 지역에서 인도주의 통로가 열려 민간인 대피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개전 뒤 처음으로  10일 터키에서 만났지만 라브로프 장관이 “휴전은 협상 테이블에 있지 않다”고 주장해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가 트위터에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다연장 로켓발사 시스템인 TOS-1A의 사용을 승인했다”며 “이 무기는 열기압탄(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더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사탄의 무기’로 불리는 열기압탄은 초고온 폭발로 압력파를 만들어 장기를 손상하고 화상을 입힌다. 영국 국방부는 “열기압탄 사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며 “민간인을 상대로 TOS-1A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9일 트위터에 “러시아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개발한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렸다. 미국이 화학무기를 쓴다고 허위 주장을 한 뒤 자신들이 이를 사용하는 가짜 깃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의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