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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석 '거대 야당'의 첫날, 송영길 지도부 싹 물러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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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지도부는 10일 총사퇴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돌아보면 아쉬움만 남을 것 같아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反求諸己·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음)의 시간을 갖겠다”고 지도부 사퇴를 발표했다. 다만 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현 지도부 소속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수습을 총괄하되 원내대표 3월 중 조기 선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제 야당”…윤호중 비대위로

이날 최고위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해단식 종료 한 시간여 만에 소집됐다. 회의장에 들어서는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분위기가 우울하다”, “이제 야당이 됐다”는 탄식이 함께 오갔다. 송 대표는 1시간 10분가량의 회의 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직에서 사퇴하겠다. 최고위원들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았다”고 발표했다.

일부 최고위원이 “당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표직을 조금 더 유지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즉시 사퇴로 결론이 정리됐다고 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해서 당 중앙위원회에 인준을 받기로 결정했다”면서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모여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서 3월 25일에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성향의 윤 원내대표가 잔류해 비대위를 맡는 것은 당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48% 가까이 모인 국민 총의가 흩어져버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 비대위원장을 현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172석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는 내분을 경계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이미 지지층이 분열 양상이다. 이날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번호에서 “송영길 대표 사퇴는 안 된다”, “패배 원인은 무조건 이낙연 전 대표” 취지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니 책임이니 내 책임이니 하는 당의 혼란, 분열 위기를 극복하고 6월 지방선거를 차질없이 준비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지방선거에 촉각…“패인 고찰 필요”

송 대표는 지난해 4·7 재보선 서울·부산시장 패배 직후 ‘쇄신’을 내세우며 당권을 잡았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 취임 10개월 만에 자진 사퇴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가 선거 내내 잦은 말실수와 구설로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리스크로 전락했다”면서 “지난해 12월 조동연 상임선대위원장 영입 헛발질 때부터 당내에서는 송 대표가 이끄는 이번 선거에 대한 걱정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송 대표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우리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47% 넘는 득표율, 1600만 명이 지지해 주셨고 대통령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포인트로 결정됐다”고 했다.

대표실 주변에서는 송 대표 취임 이전 친문 지도부가 추진한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당선인 간 갈등 등이 민심 이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인적 쇄신 필요성과 맞물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당내에 있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지금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선거를 또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대비해 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자칫 6·1 지방선거까지 뭉개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 이후 처음 맞은 전국단위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진단과 분석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10일 총사퇴하기로 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10일 총사퇴하기로 했다. 뉴스1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왜 졌는지, 어디서 졌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데, 국회 의석수만 믿고 지방선거 싸움에만 매몰된다면 민주당은 침몰의 길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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