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이 모은 1639만표 vs 1614만표…한국, 둘로 쪼개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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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1639만4815표를 얻어 1987년 직선제 이후 대선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1639만4815표를 얻어 1987년 직선제 이후 대선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김경록 기자

선거운동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비호감 대선’, 하지만 이 대선에서 역설적으로 최다 득표 기록이 배출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제20대 대선에서 1639만4815표(48.56%)를 득표했다. 이전까지 최다 득표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받았던 1577만3128표보다 60만 표 늘었다.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1614만7738표(47.83%)나 얻었다. 결과적으로 낙선했지만, 민주당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가 됐다. 역대 대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이기도 하다. 1639만표와 1614만표로 대한민국이 둘로 쫙 갈라진 모양새다.

이런 득표수는 양측 지지자가 서로에 대한 ‘반감 투표’에 나서며 총결집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24만7077표(득표율 0.73% 포인트) 차이 박빙 승부를 결정지은 지역별 표심을 분석했다.

①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영·호남 장벽 여전

선거운동 기간 윤 당선인은 '보수세력의 무덤'이던 호남에 공을 들였고, 민주당은 최초의 ‘TK 출신’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호남 장벽은 건재했다.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고향(안동)이 속한 경북에서 72.76%를 얻은 것을 비롯해 대구(75.14%)·부산(58.25%)·경남(58.24%)·울산(54.41%)에서 모두 득표율 50%를 넘겼다. 영남에서 윤 당선인은 이 후보보다 총 269만 5973표를 더 챙겼다.

17개 시·도별 득표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7개 시·도별 득표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3곳 모두 8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의 득표율은 84.82%였고, 전남·전북 득표율도 각각 86.10%, 82.98%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보다 249만여 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균형추를 맞췄다.

② 수도권도 반쪽…尹, 한강 벨트 중심으로 서울 5%p 앞서

영·호남 표심이 반반씩 나뉜 상황에서 양당이 집중한 승부처는 수도권이었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를 득표하며 이 후보(45.73%)보다 31만여 표 더 얻었으나,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으로 국민의힘이 서울 지역 25개 구를 휩쓸었던 지난해 4·7 보궐선거와 달리, 이번엔 윤 당선인이 14개 구에서의 우위에 그쳤다.

20대 대선 서울시 개표 결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대 대선 서울시 개표 결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후보는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강세 지역을 회복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단체장을 지낸 경기에서 윤 당선인보다 46만2810표를 더 얻었다. 인천에서도 이 후보의 득표수가 3만4760표 더 많았다. 이 후보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18만6804표를 더 얻어, 결과적으로 영·호남 득표 격차를 만회했다.

③ 캐스팅 보트가 된 ‘스윙보터’ 충청…尹, 15만 표 승리

전국이 둘로 갈라진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승부를 가른 건 충청권 민심이었다. 윤 당선인은 세종(44.14%) 외엔 대전(49.55%)·충북(50.67%)·충남(51.08%)에서 고르게 50% 안팎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 역시 대전(46.44%)·충북(45.12%)·충남(44.96%)에서 45% 안팎 득표율로 선전했으나, 5% 포인트라는 미묘한 차이가 결국 전국의 승패를 가르는 결과가 됐다. 윤 당선인이 충청권에서 더 얻은 14만7612표는 ‘25만 표차’ 박빙 승리의 주춧돌이 된 것이다.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 당선인과 '충청의 사위'라 자신을 부른 이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충북 청주 유세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공약을 내걸고 유세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충북 청주 유세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공약을 내걸고 유세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자유민주연합이나 자유선진당 같은 정당이 있던 충청권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그때그때 지지하는 전형적인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며 “충청권에서 진 사람이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철칙은 이번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④ 세대·성별 갈등도 극대화…“통합 고민해야”    

이번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지역별 표심 격차와 함께 세대·성별 갈등도 함께 부각됐다. 60대 이상은 67.1%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고, 40대는 60.5%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세대가 확연한 성별 격차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20대 남성은 58.7%가 윤 당선인에 투표했다고 응답했고, 20대 여성은 58.0%가 이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KBS 방송화면 캡처

KBS 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지역과 세대, 때로는 성별로 쪼개진 대한민국 유권자 지형을 놓고, 학계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상대를 죽이려 달려들다 자신이 죽는 드라마 속 게임처럼,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만연하면 선거에 승리한 진영도 결국엔 불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에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며 “특히 강성 보수 지지자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그들을 잘 절제시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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